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이 세상 누군가는 본문

내가 지금의 일터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집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편도 4킬로미터 정도니까 차를 가지고 가도 되고, 자전거로 가도 되고, 운동 삼아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두 번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내 생체리듬과 너무나도 잘 부합한다는 점이다. 오전 몇 시간만 하면 되니까, 나머지 시간은 내 의지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누가 어디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종일 일하기는 싫다. 앞으로 남은 제2의 삶은 돈보다는 나만의 자유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일을 하는 주된 목적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측면이 가장 크다. 마지막으로 일을 통해 덤으로 용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남들이 뭐라 해도 나에게 있어서만은 지금의 일터가 '신의 직장'인 셈이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몸만 건강하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근무한 지 3년 차로 접어든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일터의 이전 소식이 발표되었다. 오래전부터 소문은 돌고 있었지만, 마침내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것이다. 함께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차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제안이 들어왔다. 그동안 나를 눈여겨보고 있던 바로 이웃에서 당장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근무 장소도, 조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망설일 것도 없었다. 게다가 별도의 공백 기간 없이 곧바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 나이쯤 되면 의욕은 앞설지 몰라도, 오라는 곳은 많지 않다. 설령 있다고 한들 내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곳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기에 과거에 무엇을 했든, 어떤 지위에 있었든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의 일터는 그런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내 건강이 유지되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은 곳이다.
평소 요령 피우지 않고, 내 일인 듯 성실히 근무해 온 것이 새로운 업체 대표의 눈에 긍정적으로 비친 모양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 걸 보면 이 세상 누군가는 안 보는 듯 숨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비록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 된 마음으로 맡은 바 일에 충실하다 보면 그런 이들에게 기회의 문은 하나라도 더 열릴 수 있다는 건 이번 사례를 통해 배우는 또 다른 교훈이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명소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3) | 2025.03.12 |
---|---|
명예냐, 현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 | 2025.03.11 |
아직도 다방이 대세인 도시 (3) | 2025.03.08 |
우리가 몰랐던 사실 (2) | 2025.03.07 |
대전에서 만나는 두부두루치기 (2) | 2025.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