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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방송에 경기도 모처에서 버섯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젊은 부부가 나왔다. 올해 나이 세른 세 살 동갑으로 슬하에 삼 남매를 두었는데 맏이가 열다섯 살이라고 했다. 거꾸로 계산해 보면 고등학교 재학 중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셈이다. 당시 시어머니 나이 마흔일곱이었으니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 역시 억장이 무너졌다고 한다. 우리와 달리 서양에는 일찍이 동거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오랜 세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남녀가 상대에 관해 뭘 안다고 선뜻 중대사를 결정할 수 있느냐며, 얼마간 살아본 후 결혼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적인 혼인 관계만 아닐 뿐, 동거 중에 아이를 낳기도 한다. 이론상으로는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 차이가 존재한다. ..

전화기를 바꿨다. 내 의지라기보다는 아들과 며느리의 뜻이었다. 전화기에 관한 한 고장이 나지 않으면 끝까지 쓰는 편인데, 난데없이 아이들이 최신형 좋은 제품이 괜찮은 가격에 나왔다며 바꾸라고 권했다. 할 거면 네 어머니 것만 바꾸든지 하고 내 건 그냥 놔두라 했지만, 결국 바꾸게 되었다. 저장 공간에 관해 나는 수시로 정리를 하는 편이어서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데 반해, 아내는 거의 모든 자료를 보관하다 보니 늘 용량 부족에 시달리던 터였다. 휴대폰 가게에서 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판매자가 알아서 기본적인 세팅을 다 해 주는데, 이번에는 집으로 직접 배달되어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해야만 했다. 아이들이라도 옆에 있으면 부탁하면 되지만, 멀리 떨어져 사니 언제 올지 하세월이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샘을 ..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왼손을 쓰는 걸 금기시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거기에는 '부정을 탄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오죽하면 오른손을 일컬어 '바른 손'이라 했을까? 오른손이 바른 손이면 왼손은 '바르지 않은 손'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과 다름없었다. 어쩌다 자식이 왼손을 사용하게 되면 부모는 그것을 고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심지어 왼손잡이는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까지 인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만 그럴까? 현직 시절 인도로 출장을 간 일이 있었다. 거래처 사람들과 식당에 들렀는데, 그들이 수저나 포커 대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는 손은 당연히 오른손이었다. 반면 왼손은 물건을 집거나 화장실 등 궂은일에만..

모임이 있어 중국 음식점에 들렀다. 규모도 어느 정도 되고 손님도 제법 많았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코스 요리였다. 중국집에서 코스 요리를 시키면 대개 원탁 회전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고, 그것들을 돌려가며 각자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여기는 주방에서 미리 음식을 소분하여 개인별로 갖다주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두 가지가 거슬렸다. 나온 음식들이 하나같이 식초 냄새가 과하게 났다. 결과적으로 모든 음식이 강한 식초 향에 묻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다른 하나는 소분되어 나온 접시 가장자리마다 예외 없이 양념이 어지럽게 묻어 있어 영 성의가 없어 보였다. 본래 음식이란 시각에서 출발하여 미각에서 완성된다. 둘 중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아예 없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적어도 한두 개쯤은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무엇을 하려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자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취득한 자격증을 요긴하게 잘 활용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자격만 취득했을 뿐 평생 장롱에서 잠만 자거나, 심지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취득한 자격증이 몇 가지 되지는 않지만, 장롱 보관용이 대부분이다. 그중 지금껏 가장 열심히 활용하고 있는 건 운전면허증이 유일하다. '재주 많은 사람이 밥 굶는다'라는 말도 있듯이(자격증이 많다 보면 이거 아니면 다른 거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격증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