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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비애

자유인。 2025. 2. 17. 03:13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왼손을 쓰는 걸 금기시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거기에는 '부정을 탄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오죽하면 오른손을 일컬어 '바른 손'이라 했을까? 오른손이 바른 손이면 왼손은 '바르지 않은 손'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과 다름없었다. 어쩌다 자식이 왼손을 사용하게 되면 부모는 그것을 고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심지어 왼손잡이는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까지 인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만 그럴까? 현직 시절 인도로 출장을 간 일이 있었다. 거래처 사람들과 식당에 들렀는데, 그들이 수저나 포커 대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는 손은 당연히 오른손이었다. 반면 왼손은 물건을 집거나 화장실 등 궂은일에만 주로 쓴다고 한다. 그들의 문화 역시 왼손은 '바르지 않은 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우리 사회에서도 이 같은 시선이 예전보다는 많이 관대해진 편이다. 왼손잡이가 적지 않은 데다, 글씨조차 왼손으로 쓰는 이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본래 오른손잡이인 내 아들 또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릴 때부터 스스로 양손잡이가 되겠다며 열심히 연습한 결과 왼손도 오른손처럼 곧잘 쓴다.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매년 8월 13일이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라고 한다. 오른손잡이가 중심인 사회에서 왼손잡이가 겪는 불편을 개선하고,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1976년 미국에서 처음 제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날까지 굳이 정한 걸 보면 세계적으로 왼손잡이가 겪는 차별이나 불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 아닐까? 그런 걸 보면 이 문제가 비단 어느 몇몇 국가나 지역에만 국한된 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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