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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순위를 정하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학교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에서 O 번째로 높은 건물', '세계에서 O 번째로 긴 다리' 등 어디든 순위를 부여하며 그 위세나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하곤 했다. 그런 심리는 요식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길을 오가다 보면 '전국 O 대 짬뽕', 'OO 3 대 곰탕집', 'OO 5 대 냉면집' 등의 홍보 문구를 더러 접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궁금증이 인다. 저 순위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라고. 그에 비하면 'KBS, MBC, SBS 어느 방송에도 안 나온 집' 같은 문구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여기서 'O 대(大)'의 '대'는 규모의 크기보다는 음식을 잘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운동 경기라면 모든 단체가 참가하는 대회라도 있어 ..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사진을 인화하고 나면 뒷면에 촬영 장소와 날짜를 종종 기록하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곳이 어디였는지, 혹은 언제쯤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때가 있어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국내 여러 곳을 다니면서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변화가 한 가지 있다. 유명 관광지나 해수욕장 등에 그곳의 이름을 영어나 우리말로 표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사진을 찍고 나면 예전처럼 굳이 메모를 하지 않아도 그곳이 어디였는지 금방 식별할 수 있어 좋다. 동네 지하철역 광장에도 전에 없던 표식이 설치되었다. 같은 장소임에도 그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그 하나만으로 단조롭던 광장 분위기가 한결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말은 없지만, 마치 이제 ..

거의 매일처럼 글을 쓰다 보니 한글사전을 찾는 일이 부쩍 잦다. 쓰면 쓸수록 우리말이 참으로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한다. 맞춤법도 그렇고 띄어쓰기도 그렇다. 오랜 기간 반복 훈련을 거듭한 덕분에 많이 나아진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즐비하다. 그나마 요즘에는 맞춤법 자동 검사 기능이 있어 일부 도움을 받고는 있어도, 백 퍼센트 의존은 불가능하다.사람이 아니다 보니 더러 인지 오류가 발생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올린 글(제목 : 가르쳐 줄 수도, 따라다닐 수도 없는) 중에 '성 문화'란 단어가 있었다. 내가 의도한 건 성 문화(性 文化)여서 띄어 썼더니, 컴퓨터에서는 成文化(글로 나타내어 정착시킴)로 인지하여 붙여 쓰라고 명령을 내리는 식이었다. 학교 때 배운..

최근 한 젊은 배우의 죽음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 인생을 채 시작하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버린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속 사정에 관해서는 본인 이외 어느 누구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껏 살면서 내 주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접한 건 두 차례였다. 한 번은 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첫 직장에서였다. 한 임원이 사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신입이어서 자세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선배들을 따라 인천 모 병원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갔던 기억이 있다. 공교롭게도 바로 옆에는 당시 '여고 졸업반'이라는 곡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젊은 여가수의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다른 하나는 한 친척 형님의 사례였다. ..

경기도 군포는 나의 신혼 시절 10년을 보낸 곳이다. 그곳에서 아이들도 태어났고, 학생의 티를 갓 벗어나 사회인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세상을 하나 둘 배우기 시작한 곳이라 들를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 주소가 경기도 시흥군 군포읍이었는데, 이후 군포라는 별도의 도시로 독립을 했다. 살던 아파트 바로 뒤가 산이어서 이른 아침마다 수리산 약수터까지 물을 길으러 가기도 했었다. 그곳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집 바로 뒤에서 산본 신도시 터 닦기 작업이 시작되는 광경을 처음부터 쭉 지켜보기도 했었다. 언제까지나 한 동네에서만 머물 수는 없는 일.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다 넓은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이삿짐을 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