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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만난 폭설 본문
전날 일기예보에 눈이 많이 내릴 거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자동차 지붕이 덮일 정도로 많이 내려 있었다. 바닥이 질퍽거리는 걸 보면 비까지 섞여 내린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운전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다.
일과를 수행하는 도중에는 거센 눈보라가 작업장 안으로 들이칠 만큼 기세는 강해졌다. 불현듯 군인 시절 자주 불렀던 '용사의 다짐'이란 군가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눈보라 몰아치는 참호 속에서 ~ 한 목숨 바칠 것을 다짐했노라 ~ '. 퇴근할 무렵이 되니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눈송이는 점점 더 굵어졌다. 11월에 눈이 내리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첫눈치고는 폭설에 가까운 양이었다. 단풍잎이 채 지기도 전에 눈이 내리니 마치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눈은 오후가 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졌고,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밤이 되어서도 그칠 줄을 몰랐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는 운전을 할 수 있으려나 기대했지만, 그때까지도 눈은 지칠 줄 모르고 쏟아지고 있었다. 제설차가 한차례 지나갔지만, 내리는 눈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도로는 제 기능을 잃었고 대중교통마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간신히 출근은 했지만, 일터에서의 작업도 가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정전 사태마저 더해지면서 마무리도 못한 채 전면 중단이 되고 말았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내 생애 도심에서 이렇게 많은 눈을 본 것도 처음이요, 가을도 채 가지 않은 11월에 이런 가공할 폭설은 더더욱 처음이었다. 내내 추위에 떨다 들어선 집안의 따뜻한 공기가 이번처럼 반가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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