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 눈에 그의 삶이 들어온 까닭 본문
자주 만나는데도 무덤덤하거나 불편한 사람이 있고, 자주 볼 기회는 없지만 생각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있다. 약속된 만남이 아닌 우연한 자리에서 우연한 기회로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후배가 있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이 처음 얼굴을 마주한 건 어느 동문회 행사에서였다. 나로서는 그런 후배가 있구나, 하는 정도였고, 후배 역시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의 현재 직업은 병원 경영자, 나는 자유인의 신분이다.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다들 'O 이사장'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냥 그의 이름에 간단한 존칭만을 붙여 'OO 씨'라 부른다. 그도 나를 보면 그저 '형' 또는 '선배'라 부른다. 공식적인 자리나 꼭 직함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사적인 만남에서까지 무거운 존칭을 얹어 부르는 건 나로선 왠지 부담스러워서다.
내가 그에게 남다른 호감을 느끼게 된 건 우연히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면서부터였다. 여느 사람들과 달리 그는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혹자들은 돈 있고, 시간만 있으면 누구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자신만의 뚜렷한 인생철학이 정립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실제로 현실에서 그것을 제대로 향유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에게서 그런 면이 발견되었고, 나로서는 그 점이 좋아 보였던 것이다. 그것들이 내 눈에 보였던 건 아마도 내 잠재의식 속 어딘가에 비슷한 욕구들이 잠자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삶을 보며 매력을 느낀 건 그가 처음이었다. 내가 느낀 부분들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부각시켜 주었더니, 본인으로서는 그게 못내 고마웠던 모양이다. 없는 얘길 꾸며낸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를 말해준 것뿐이었다. 이후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그렇게 깍듯할 수가 없었다. 급기야 타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의 존재를 미안할 정도로 띄워주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바로 두 사람의 비슷한 공감대가 서로 묘하게 접점을 이룬 덕분이었다. 각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총론에서 보면 그와 나는 닮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남자로서 드물게 감성적인 데다,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고정된 틀에 얽매이기보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내가 쓴 글을 보며 '방문 열고 맞이하는 아침 공기 같다'라며 남들이 잘 쓰지 않는 과분하면서도 멋들어진 문학적 찬사를 보낼 줄도 안다.
가끔씩 생각한다. 살면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이 뭐가 있을까,라고. 나의 경우 서로 공감대가 비슷하거나, 공감 능력이 남다른 이들을 만날 때다. 지인은 많아도 그런 인물은 생각처럼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주변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만큼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와 나 사이에는 어떤 이해관계도, 채무관계도 없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조우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개성 넘치는 삶을 나는 늘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그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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