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실패도 소중한 경험 본문
나는 먹는 걸 중시하는 사람이다. 집착한다기보다 한 끼를 먹어도 신경을 써서 먹는다는 뜻이다. 흔히 뭘 먹을 때 '한 끼 때운다'는 표현을 종종 하는데 나로선 심히 거부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 때우다니 .. 이는 마치 내키지는 않지만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먹는다는 행위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한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다른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생각은 집밥보다는 외식을 할 경우에 주로 적용된다. 어차피 돈을 내고 먹는 거라면 이왕이면 좀 더 만족도 높은 음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에게 '한 끼 때운다'는 표현은 신성한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 근처에 평소 오가다 눈여겨둔 파스타 가게가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제법 그럴싸했다. 마땅한 파트너가 없던 날 검증도 해볼 겸 혼자서 들러 카레 오일 파스타와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이윽고 나온 음식. 시각적으로는 괜찮았지만, 간이 너무 짰다. 사람마다 느끼는 입맛이 각기 다르다 보니 음식점에서는 대개 맛의 평균 지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싱거우면 먹는 사람 스스로 간을 좀 더 가미하면 되지만, 짜게 나온 음식은 달리 희석시킬 방법이 없다.
외부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진저리를 쳤던 건 스위스 출장 중 어느 현지 호텔에서 먹은 파스타였다. 얼마나 짠지 마치 소금에 절인 것 같았다. 종업원을 불러 안 짜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도, 다시 나온 음식 역시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 나라에선 원래 그렇게 짜게 먹는 모양이었다.
이번에 먹은 파스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평균치를 넘는 짠맛이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었지만, 그 집은 다시 안 가야겠다는 확인을 한 셈이니 그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실패도 소중한 경험의 일환이니까. 역시 음식의 맛이란 남의 말을 맹목적으로 좇기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가장 믿을 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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