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녀가 남긴 위대한 유산 본문
돌아가신 어머니는 무척 부지런한 분이었다. 세 자매 중 막내딸로 곱게만 자라다가 편모 슬하의 가난한 남편을 만나 험난한 세파를 헤쳐 나가자면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주변에 잘 베푸는 분이었다. 가족끼리 마루에 앉아 무언가를 먹다가도 집 앞에 누군가 얼씬거리기라도 하면 '얼른 들어와 같이 먹자'라며 기어이 소리를 쳐서 불러들였다. 친화력 또한 뛰어났다. 시장에 가면 낯모르는 사람과도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녀의 성향을 자식들이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들 부지런하기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희생, 봉사 정신 또한 남다르다. 현대인들은 대개 자기 일이 아니면 나 몰라라 하기 마련인데, 생전에 당신이 그랬듯 궂은일에 자진해서 나설 때가 많다. 누이도, 동생도 .. 내 얘길 내 입으로 하자니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나 역시 그런 편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그런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고. 그런 줄은 알지만, 다들 똑같은 생각만 하고 살면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으니 이 정도라도 굴러가고 있는 게 아닐까.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타고난 천성이 그런 걸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할 뿐이다.
얼마 전이 어머니 기일이었다.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고 있다. 왜 살아 계실 때 자식으로서 좀 더 살뜰히 챙겨 드리지 못했을까 후회막급이다. 지금 와서 아무리 참회록을 써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누가 말했던가. 철들자 이별이라고. 글을 쓰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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