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궁금한 인간의 심리 본문
지난 폭설로 지붕이 붕괴된 지역 농산물 시장에 다녀왔다. 김장을 앞두고 아내와 관련 재료를 구입하기 위함이었다. 농산물 시장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고가 난 쪽은 A동이고, 피해를 입지 않은 B동은 정상적인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고가 나기 전 손님이 주로 몰리는 곳은 A동이었고, B동은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찾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A동은 언제 영업이 재개된다는 기약도 없이 폐쇄되고 B동만이 남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손님들은 B동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대체로 같은 업종의 가게가 몰려 있다 보면 잘 되는 집과 안 되는 집이 갈리게 마련이다. 내 가게에는 적막강산이고 옆집에만 손님이 북적일 때, 안 되는 가게 주인의 심리는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잘 되는 이웃 가게에 대한 시기나 질투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지만 그것이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보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농수산 시장에도 비슷한 심리가 작동하고 있지는 않을까. A동이 손님들로 북적일 때 B동 주인들의 마음이 썩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이럴 때 B동 상인들의 심경은 어떨까. 깊은 시름에 빠진 A동 상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설까, 아니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일까.
이는 비단 농수산 시장에만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어디서나 맞닥뜨리는 풍경이다. 인간 심리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하나의 사례로 인용한 것일 뿐이다. 모든 것이 순탄할 때는 상대방의 진정한 실체를 알지 못한다. 특별한 갈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처하는 순간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인간의 속내는 비로소 맨 얼굴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어쩌면 지금쯤 B동 상인들의 마음은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안 되던 장사가 갑자기 잘 되어 좋긴 하지만, A동 상인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
다행히 글을 쓰는 이 시각 관련 지자체에서 조속한 시설 복구와 영업 재개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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