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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우연히 보게 된 방송에 한 쌍둥이 자매 이야기가 나왔다. 결혼해서도 바로 옆집에 살며 찰떡처럼 붙어 다니는 그들은 우애가 남달라 보였다. 함께 김밥 집을 운영하며 아침 일찍 출근하고 나면, 조카들끼리 엄마를 대신해 서로를 챙겨 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방송을 보면서 평소에 궁금하던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쌍둥이를 둔 가정은 그들을 어떻게 구별할까,라는 것이다. 게다가 결혼을 하고 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 남편들이 쌍둥이인 경우 그들의 아내는 본인들의 배우자를 어떤 방법으로 구별하는지, 반대로 부인들이 쌍둥이인 경우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와 처형 또는 처제를 단번에 구분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그로 인한 웃지 못할 촌극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 있었다. 김밥 집 ..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 이런저런 일로 추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음에도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부정한 돈에 손을 댐으로써 평생 힘들게 쌓아 올린 명예와 지위를 한순간에 날린 경우, 부드러울 땐 부드럽더라도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함에도 보증 서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재산도, 사업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경우 등등. 영화를 누릴 때만 해도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던 벼랑 끝 상황이 자신의 일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결국 가까운 이들에게 손을 벌려 보지만 상대방 역시 제 식구 건사하기에도 바쁜 처지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러면 '당신이 그럴 줄 몰랐다'라며 다시는 안 볼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가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는. 성인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 본다지만, 독자적인 대처 능력이 없는 갓난 아기나 어린아이 혼자 있는 상황이라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한두 해 전이었다. 친정에 다니러 온 딸이 방안에 있다가 갑자기 아빠를 소리쳐 불렀다. 자다가 화장실을 가려는데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살펴보니 밖에서는 열리는데 안에서는 아무리 손잡이를 돌려봐도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라 딸로서도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나마 집안에 사람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있는 상황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아니, 더 심각하고 막막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가족이 멀리 지방이나 외국에..
초등학교 동문회 행사에 다녀온 동생이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집 바로 이웃에 살던 누구라며 얘기를 하는데 자세히 봐도 모르겠다. 어릴 때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던 사이였지만, 고향을 떠난 뒤 한 번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는 데다, 그 사이 다들 장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한때는 학교 동문회 행사에 열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주변인이 아닌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사람들로 인한 실망감이 주요 이유 중 하나였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모임은 만나는 그 순간뿐 지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도 방향성이 다름을 확인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옛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