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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자유인。 2025. 1. 8. 04:40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가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는. 성인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 본다지만, 독자적인 대처 능력이 없는 갓난 아기나 어린아이 혼자 있는 상황이라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한두 해 전이었다. 친정에 다니러 온 딸이 방안에 있다가 갑자기 아빠를 소리쳐 불렀다. 자다가 화장실을 가려는데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살펴보니 밖에서는 열리는데 안에서는 아무리 손잡이를 돌려봐도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라 딸로서도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나마 집안에 사람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있는 상황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아니, 더 심각하고 막막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가족이 멀리 지방이나 외국에 나가 있어 당장 달려올 수도 없다. 비상 탈출을 시도할 만한 베란다나 다용도실도 없다. 전화로 외부 도움을 요청한다 해도 아파트 현관문까지 잠겨 있으니 설상가상이다. 게다가 휴대폰마저 바깥에 둔 상황이라면 외부와 연락할 방법조차 없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만큼 까맣게 잊고 있던 차,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한밤중 내 방에 있다가 화장실을 가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쪽저쪽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먹통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막 잠들려던 아내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전에 딸이 맞닥뜨린 상황과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부랴부랴 새로운 손잡이를 사서 교체하고 나서야 겨우 마음이 놓였다.

 

두 번에 걸친 비상사태를 겪고 난 후 비로소 알게 된 사실. 아파트 방문 손잡이는 대략 10년 남짓 쓰고 나면 수명이 다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난생처음 손잡이를 분리하고 설치하는 방법도 몸소 실습을 통해 터득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어떠한 사전 조짐도 없이 갑작스레 발생한다. 참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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