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본문
초등학교 동문회 행사에 다녀온 동생이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집 바로 이웃에 살던 누구라며 얘기를 하는데 자세히 봐도 모르겠다. 어릴 때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던 사이였지만, 고향을 떠난 뒤 한 번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는 데다, 그 사이 다들 장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한때는 학교 동문회 행사에 열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주변인이 아닌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사람들로 인한 실망감이 주요 이유 중 하나였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모임은 만나는 그 순간뿐 지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도 방향성이 다름을 확인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옛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했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그런 설렘은 어느덧 사라지고, 살아온 환경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매번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허공 중에 떠다닐 뿐 마땅한 대화 소재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어려웠다. 언제까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만 반복해서 주고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저 아는 사람이 많으면 그게 곧 인맥인 줄만 알았다. 그것이 아니었음을 세월이 더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때만 해도 해마다 명함집이 한 권씩 늘어났다. 언젠가는 그것들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 단지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이후부터는 불특정 다수가 참석하는 모임은 지양하는 반면, 소규모 위주의 만남에 치중하면서 나의 내면을 다지는 데 보다 역점을 두게 되었다.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인간관계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감당하지도 못할 사람들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차라리 가까이 있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뜰히 챙기는 게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임을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비로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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