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국격을 높이는 방법 본문
가끔씩 외국인들 입장에서 대한민국 하면 단번에 연상될 수 있는 상징물은 무엇일까 궁금할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K-pop? 그건 상징물이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무형의 문화일 뿐이다.
미국 하면 자유의 여신상(뉴욕)이, 브라질 하면 예수상(리우데자네이루)이, 프랑스 하면 에펠탑(파리)이 연상되듯, 우리나라도 무언가 나라를 대표할 만한 상징물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와는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도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스모가 금세 떠오른다. 저절로 생겼다기보다는 지속적인 홍보의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명물이 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처음 설치할 때만 해도 '저런 철제 흉물을 왜 굳이 도심에?'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었다고 한다. 2024년 기준 세계 6대 무역 수출국이라는 반열에 올라선 경제대국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도 한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정기적으로 들르는 대형 매장 앞에 얼마 전부터 조형물이 새로이 설치되었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남자의 모습과 아이들과 쇼핑을 즐기는 주부의 모습을 표현한 것인데, 볼 때마다 눈길이 간다. 최근 완공된 동네 주상복합건물 앞에도 비슷한 개념의 조형물이 설치된 걸 보면, 대외적으로 자신들을 상징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들이 조금씩 퍼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신제품을 소개할 때면 주관하는 이들의 옷차림은 하나같이 정장 일색이었다. 그런데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기존의 틀을 깨고 청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나섬으로써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후 다른 기업도 이를 모방하여 정장 대신 캐주얼 복장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스티브 잡스 하면 청바지에 셔츠 차림의 이미지가 하나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개인이나 기업도 이럴진대, 하물며 국가 차원의 상징물을 설정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그에 관해 각인을 시키는 일이다. 하루 이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최소한 10년, 혹은 20년 이상에 걸친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건 또 다른 형태로 국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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