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초대받지 않은 손님 본문
곤히 잠들었다가 귓전을 맴도는 모깃소리에 잠에서 깼다. 계속 자야 하는데 한 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매일 새로운 글감을 발굴해야 하는 나로서는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소재를 하나 건진 것까진 좋지만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지가 벌써 몇 주째다. 모두 11월 들어 겪고 있는 일이다. 여름에도 없던 모기가 겨울을 코앞에 둔 시점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더니 며칠 전 사 본 주말 신문에 '가을 모기'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린 걸 보면 내가 사는 동네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그동안 꽤 여러 마리를 잡았음에도 불만 끄면 어디선가 또 나타나 신경을 거스르게 한다. 앵앵거리는 소리가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불태운다'는 옛 속담이 이해가 될 정도이다. 눈앞에 보인다 싶어 잡으려 하면 귀신처럼 순식간에 종적을 감춘다. 잠적술이 보통이 아니다. 숨어서(실은 덩치가 커서 숨을 수도 없다) 지켜봐도 도무지 눈에 띄질 않는다. 손바닥으로 잡아보면 유혈이 낭자하다. 사람 피를 빨아먹고 사는 게 틀림없다. 기사에 보면 기온이 35도가 넘으면 활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데, 왜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에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골에서 자랄 때만 해도 여름이 되면 워낙 모기가 많다 보니 방마다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자야 했다. 낮에는 숨어 있다가 꼭 사람이 잠들 때만 나타났다. 모기뿐만 아니라 파리도 무척 많았다. 음식이 있는 밥상에 특히 많이 앉아 상보床褓를 덮어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그래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얼마나 많은지 일일이 다 잡을 수가 없어 아예 천장에 끈끈이를 매달고 살았다. 부엌, 마루 등 곳곳에 그것을 달아 놓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시커멓게 잡힐 정도였다. 하지만 도시 생활을 하면서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11월이 되어서까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어디선가 한 마리가 나타나 급히 잡으려 했지만 금세 또 놓치고 말았다. 분노에 차, 있는 힘껏 손바닥을 마주치다 보니 내 손만 아프다. 아무래도 군사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는 놀라운 게릴라 전술이다. 녀석을 기어이 잡고 난 뒤 잠들려 했지만, 기다려도 좀처럼 나타나질 않으니 할 수 없이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괘씸하긴 해도 덕분에 글 한 편 완성한 건 고마운 일이다. See you tomorrow, mosqu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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