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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람직한 결혼

자유인。 2024. 11. 25. 05:15

 

 

언젠가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였다. 예식장 안내판에 걸린 신부의 혼주 이름에 두 사람이 아닌 한 명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사별을 했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신부가 어릴 때 부모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지 이혼 후 당사자는 물론 자식들과도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 결혼식에는 더러 참석하기도 하는데, 아예 등을 돌린 모양이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3.5퍼센트로 100쌍이 결혼을 하면 그중 3~4쌍 정도가 이혼을 한다는 얘기다.

 

남녀의 사랑은 시대를 막론한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다. 만약 누가 그것을 예술의 소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규제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예술가는 밥을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문학이나 음악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등 거의 모든 예술에서 사랑을 빼놓으면 내용 전개가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발 빠른 사업가가 '사랑'이란 단어는 본인 이외 누구도 사용할 수 없다고 일찌감치 상표 등록이라도 해놓았다면 아마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을 것이다.

 

남녀 간 사랑에 긍정적인 면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사랑에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미움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관계가 순탄할 때는 그 사랑이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 같지만, 미움으로 변하는 순간 다시없는 원수가 된다. 결혼이 그렇다. 만인 앞에서 '우리 사랑 영원할 것'을 맹세하며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암초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것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결국 각자의 길을 가고 만다.

 

한때 우리 사회는 이혼이란 말을 함부로 꺼내지 못했다. 당사자는 물론이요, 사회적으로도 시선이 곱지를 못했다.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굴레를 일방적으로 씌우기 일쑤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로 뜻이 안 맞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이다. '나는 돌싱'임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급기야 엄격히 금기시되던 방송의 소재로까지 등장하면서 이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을 정도이다.

 

지구상에 남녀가 존재하는 한 결혼이란 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지만, 이혼 사례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한 도박이 결혼'이라고. 러시아 속담에도 비슷한 얘기가 등장한다. '싸움에 나갈 때는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세 번을 기도하라'라고. 결혼 생활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방증이 아닐까. 이혼이 과거에 비하면 한결 관대하게 수용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당사자나 자녀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상처로 남게 마련이다. 누가 그랬던가. '가장 바람직한 결혼은 눈먼 아내와 귀먹은 남편이 만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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