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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동네에서는 걷기 아니면 자전거가 주요 이동 수단이다. 평소 운동을 위한 운동보다는 생활 전반을 운동화化하게 되면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나대로의 생각을 실천에 옮겨보자는 것이 하나요, 차를 타면 순간적으로 못 보고 지나칠 세상의 풍경들을 천천히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관찰 활동은 동네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자주 접하면 식상할뿐더러 더 이상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이따금씩 하게 되는 기차 여행도 그중 하나다. 대개 집에서 멀지 않은 한두 시간 거리의 여행지를 택하곤 한다. 차편은 가장 느린 무궁화호. 급한 사무가 있는 이들은 더 빠른 고속 열차를 이용해야겠지만, 여행은 분초를 다투기보다는 ..
'초보 노인입니다" .. 이 책 재미있다. 아니, 재미있다기보다 소재가 색다르다. 글을 쓸 당시 60대 초반이던 지은이가 은퇴 후 오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주택을 알아보다가 사정이 어찌어찌 뒤엉키는 바람에 얼떨결에 실버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여느 아파트와 별반 다를 게 있을까 싶어 한동안 살다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거주민 대다수의 나이가 여든 혹은 그 이상인데 반해 자신은 이제 겨우 예순 초반. 거기서는 '새파란 아가씨'였다. 결국 적응에 실패하고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게 대략적인 줄거리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현실을 애써 부정할 때가 많다. 특히 나이에 관한 한 본인이 늙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나이 ..
누가 말했던가?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고. 노력만 하면 원하는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노라고. 과연 그럴까? 학창 시절 나는 공부를 아주 못하지도 않았지만, 빼어나게 잘하지도 못했다. 다른 아이들이 보기엔 늘 '공부 잘하는 아이'로 기억되고 있었지만, 그들이 알지 못하는 나만의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현재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가 노력 여하에 따라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언제나 동메달에만 머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공부에 관한 한 꽤나 성실한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를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여러 과목 중 수학을 유난히도 싫어했다. 도무지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재미가 없으니 결과..
서울과 수도권에서 멀리 가지 않고도 자연을 보며 휴식을 취할 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중 하나가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이다. 소재지는 과천이지만 관할 지자체는 서울시다. 이름이 과천대공원이 아닌, 서울대공원인 것도 바로 그런 배경에 연유한다. 서울대공원이 개장한 것은 1984년 5월. 일제가 조선 궁궐인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전락시키면서 그 안에 동, 식물원을 만들었다. 해방을 맞이하고도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1960년대 말부터 창경궁 복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구체적인 복원 계획이 확정되면서 동, 식물원 이전 장소를 물색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곳이 경기도 과천. 1978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해 6년 만인 1984년에 ..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담임 선생님께서 방과 후 나를 비롯한 몇 명의 아이들에게 시를 지도해 주셨다. 각자 자유롭게 습작을 해오면 그걸 보시고 첨삭을 해주시는 방식이었다. 내가 쓴 글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는데, 단 한 번 무릎을 치시며 '그래 ~ 바로 이거야 ~ '라며 크게 칭찬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 시는 하나도 고치지도 않고 원문 그대로 어린이 문예지에 실어도 주셨다. 그때의 기분 좋았던 기억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얼마 후 선생님은 국내 유수의 일간지를 통해 정식 등단을 하셨고, 이후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동문학가가 되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의 책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