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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힘

자유인。 2024. 11. 13. 03:51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담임 선생님께서 방과 후 나를 비롯한 몇 명의 아이들에게 시를 지도해 주셨다. 각자 자유롭게 습작을 해오면 그걸 보시고 첨삭을 해주시는 방식이었다. 내가 쓴 글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는데, 단 한 번 무릎을 치시며 '그래 ~ 바로 이거야 ~ '라며 크게 칭찬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 시는 하나도 고치지도 않고 원문 그대로 어린이 문예지에 실어도 주셨다. 그때의 기분 좋았던 기억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얼마 후 선생님은 국내 유수의 일간지를 통해 정식 등단을 하셨고, 이후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동문학가가 되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의 책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구가 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인정이나 칭찬에 대한 갈증이 남달리 많은 편이었다. 그것들에 대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지적을 하기보다는 가급적 하나라도 더 칭찬해 주려 노력했고, 그것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신경을 썼다. 칭찬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쓴 지 제법 오래되었다. 어느덧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 차원을 넘어 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별도의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자판을 두드리는 바로 그 시간이 곧 예배당이자 성당이자 법당이요, 나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블로그 글쓰기가 지닌 장점이나 매력 중 하나는 감정을 절제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냥 혼자만의 글쓰기를 하게 되면 감정이 춤을 추기도 하는데, 인터넷을 통해 만인에게 공개가 되니 그에 대한 통제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한 편의 글을 탈고할 때마다 숱한 수정 과정을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한들 저마다의 관심사가 다르기에 주고받을 수 있는 소재는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블로그 글쓰기는 그것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준다.

 

나는 글감이 떠오르면 우선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 옆에 컴퓨터가 없으면 스마트폰에라도 일단 옮기고 본다. 시간이 더 지나면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연후 몇 날 며칠이고 묵히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보면 고쳐야 할 부분, 없애야 할 부분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만하면 됐지 싶다가도 또 다른 곳에서 손봐야 할 곳이 고개를 든다. 그러면 또 고칠 수밖에. 글쓰기에 관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바 있는 강원국 작가가 그랬다. '원래 잘 쓴 글은 없다. 잘 고쳐 쓴 글만 있다. 좋은 글은 얼마나 잘 고치는지의 싸움'이라고(강원국, '나는 말하듯이 쓴다' 중에서). 이런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시나브로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들여다본다. 개인 공간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글을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을 드러낸 채 보기도 하지만, 숨어서 소리 없이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댓글을 통해 반응을 나타내지 않으면 누가 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집안 모임이 있었다. 참석자 중 누군가 그랬다. 어떻게 그리도 글을 잘 쓰느냐고.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공유해 달라고.

 

내가 모르는 이들이 그토록 열심히 내 글을 보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얼마나 잘하고 못하느냐를 떠나 칭찬은 사람을 더 성장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떤 식으로든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 또한 나에 대한 지적이나 충고보다는 '열심히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아낌없는 격려와 칭찬이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자만하기보다는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고,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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