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생각보다 보수적인 본문
제47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다. 제45대 대통령을 지냈다가 직전 선거에서 낙선한 후 다시 도전해 승리한 이례적인 경우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처럼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 방식이다. 유권자들이 각 주별로 정당별 선거인단을 선출한 후, 뽑힌 선거인단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속한 당의 선거인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즉,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시상을 먼저 확보한 쪽이 이기는 것이다. 설사 전국 득표율에서는 앞서더라도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인단에 의한 최종 투표를 하기도 전에 이미 과반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트럼프 후보가 일찌감치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나대로 주목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1776년 영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면서 독립 국가로 출발한 미국은 248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일 뿐만 아니라, 가장 앞선 민주화를 이룩한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여성 대통령이 선출된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는 점이다. 그보다 훨씬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도 이미 그런 선례가 있는데 말이다.
미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대통령에 가장 근접했던 여성은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자신의 남편이 이미 연임 대통령을 지낸 바 있음에도 그에 만족하지 않고 본인의 남다른 정치적 욕망을 실현해 보고자 직접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상대 후보는 이번과 같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였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뒤 현직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또 한 번 후보로 나섰지만 애석하게도 같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서 미국이란 나라가 생각보다 무척 보수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무늬만 놓고 보면 적어도 한 번쯤은 여성 대통령이 나와도 벌써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미국도 첫 테이프를 끊기는 끊을 것이라 본다. 그런 추측이 가능한 이유는 오랫동안 백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정부의 주요 보직에 처음으로 흑인 장관(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임명한 이래,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까지 탄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역대 여느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성향을 지닌 당선자로 인해 당분간 세계는 바람 잘 날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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