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언제 한번'이라는 말 본문
아주 오래전 국내 어느 통신사에서 내건 <'언제 한번'이란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어느 광고보다 인상이 강렬했던 까닭에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 글도 참 잘 썼고, 내용 역시 우리네 현실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광고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지 아직도 곳곳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언제 한번'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있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언제 한번 술이나 한잔 하자'. 하지만 '언제 한번'은 순전히 빈말이다. 지킬 생각이 전혀 없는 형식적인 말이어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흘려듣기 일쑤다. 당사자는 본인이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언젠가 우리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 외국인이 한국인 지인에게서 '언제 한번 밥이나 같이 먹자'라는 말을 듣고는 연락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어서 당황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나에게도 이 말을 한 이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것을 구체화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때부터 나는 그런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이들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 나 개인적으로도 거의 쓰지 않을뿐더러, 생각이 있으면 언제, 어느 날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편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건 순간이다. 이는 우리가 매일처럼 내뱉는 말에서 씨앗이 뿌려진다. 사람들은 내색은 안 하지만, 상대가 한 말을 늘 기억하고 있다. 다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실없는 사람'이란 낙인은 그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를 말든지, 한 번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지키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나에 대한 믿음 또한 시나브로 쌓여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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