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경조사에 부는 변화의 바람 본문
손주가 첫돌을 맞이했다. 녀석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아픔이 있었지만, 건강하게 태어나 지금껏 무탈하게 잘 자라주어 이보다 큰 기쁨과 감사함이 어디 있으랴. 꼭 한 살 차이로 태어난 손주와 외손주가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기는 방안의 꽃'이란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 안에 매몰되어 있으면 미처 느끼지 못할 때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특히 경조사 문화가 그렇다. 간소화란 표현이 어울릴는지는 모르지만, 더없이 요란했던 과거에 비하면 어느 정도는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혼식이나 조사의 경우 꼭 참석을 안 해도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널리 형성되기 시작했고, 어른들의 환갑잔치처럼 시끌벅적했던 아기들의 돌잔치 역시 가족 위주로 치러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때는 아기의 돌잔치를 비롯해 부모의 육순, 칠순, 팔순 잔치까지 지인들을 청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당연하고도 오랜 풍습이었다. 초청에 응하면서도 나대로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적도 없지 않았다. 결혼식이나 조사야 당연히 가 봐야겠지만, 가족끼리만 모여서 치러도 될 행사를 굳이 다른 사람들까지?,라는 데 대한 의문이었다. 언젠가는 개선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나의 경우 일 년 전에 맞이했던 외손주 돌 때도, 이번 친손주 돌 때도 참석자는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부모인 아들, 딸 내외, 사돈 내외, 우리 내외만으로. 내 형제나 처가 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 그럴 수가?'라며 다들 서운해했겠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다.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된 덕분이다. 불과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오래된 풍습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계승하되,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 그것이 바로 진정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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