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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중요성

자유인。 2024. 11. 8. 03:43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에서 지도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거스 히딩크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던 변방의 우리 팀을 당당히 세계 4강에 올려놓는 기적을 연출했다. 남미와 유럽이 지배하는 세계 축구 판도에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전설 같은 위업이었다.

 

히딩크 감독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에도 내가 주목하는 인물이 있다. 그는 현직 여자 프로농구팀 감독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불과 얼마 전이었다. 운동을 직접 할 줄 아는 건 없어도 보는 건 종목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즐기는 편이어서 그가 맡고 있는 팀의 경기도 이따금씩 보곤 한다.

 

웬만한 유명 선수면 적어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텐데, 그의 이름이 생소한 건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관련 자료를 찾아봤더니 역시 추측이 맞았다. 현역 시절 그는 무명에 가까울 만큼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선수였다. 지도자로 변신하면서 그의 능력은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스타 출신보다 현역 시절 설움을 겪은 선수가 지도자로 성공한 예가 훨씬 더 많다. 오늘날 우리나라 프로 축구를 비롯해서 야구, 농구 등에서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같은 농구팀에서 13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데, 새로운 시즌이 막 시작된 금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업적은 놀라울 정도이다. 팀을 맡은 12 시즌 동안 우승 9번에 3번 준우승이다. 3등 이하로 떨어진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 한두 번이면 운이 좋아 그럴 수 있다지만, 수시로 선수들의 이동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부침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라면 누가 보더라도 선수들의 능력보다는 지도자의 능력에 더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스포츠 세계에서 경이롭다는 말 이외 달리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흔히 프로 스포츠 감독을 '파리 목숨'에 비유한다. 기대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언제 짐을 싸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 팀을 13년째 맡고 있으면서 매년 빼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사례를 보며 새삼 지도자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바로 우리은행 여자 농구팀을 이끌고 있는 위OO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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