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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안다고 좋기만 할까?

자유인。 2024. 11. 5. 05:32

 

 

 

내 아이들이 돌을 맞이할 당시만 해도 금 한 돈 가격은 5만 원 선이었다. 당시 화폐 가치를 감안하면 그리 싼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누구네 돌잔치를 간다고 하면 금 한 돈 정도는 준비하곤 했었다. 이후로도 한동안 금 시세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급등에 가까울 만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은 한 돈에 50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으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가족이 아니고서는 이 금액을 주고 누구네 아기 돌잔치에 금 한 돈을 선뜻 사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흔히 돈을 벌자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고들 한다. 부동산이든, 금이든, 주식이든 순간에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오래도록 묻어두고 잊은 듯 기다릴 줄 아는 이에게 보다 달콤한 열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주변에 보면 아기 돌잔치 때 받았던 금반지를 지금껏 갖고 있는 경우보다 일찌감치 내다 판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갖고 있으면 자그마치 10배가 올랐으니 생각하면 얼마나 배가 아플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갖고 있던 재산 다 털어 금을 사 두었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앞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때로는 부자였던 사람이 가난해지기도 하고, 가난했던 사람이 어느 날 졸부가 되기도 한다. 꼭대기인 줄 알고 팔았던 아파트가 팔고 난 다음 날부터 천정부지로 오를 줄 알았더라면, 더 이상 변동이 없을 거라 여겼던 금값이 이렇게까지 치솟을 줄 알았더라면, 몇 달을 갖고 있어도 꿈쩍 않던 주식이 내가 팔고 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폭등할 줄 알았더라면 누가 바보처럼 그것들을 팔았을까?

 

그 당시에는 자신만큼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현자賢者는 없을 거라 자신했을 것이다. 그걸 알았다면 아무나 돈을 벌었을 것이고, 누구나 건물 한 채씩은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역사에 가정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 역시 다르지 않다. 내가 잡지 못한 기회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를 안다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건 배가 아프겠지만, 그와 달리 내가 언제 어느 때 어딜 가다 사고가 난다는 걸 미리 알고 있다면, 혹은 몇 날 몇 시에 세상을 하직할 거라 진작부터 알고 있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살까? 한 치 앞을 모르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살이에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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