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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천재

자유인。 2024. 11. 15. 04:13

 

 

누가 말했던가?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고. 노력만 하면 원하는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노라고. 과연 그럴까? 학창 시절 나는 공부를 아주 못하지도 않았지만, 빼어나게 잘하지도 못했다. 다른 아이들이 보기엔 늘 '공부 잘하는 아이'로 기억되고 있었지만, 그들이 알지 못하는 나만의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현재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가 노력 여하에 따라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언제나 동메달에만 머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공부에 관한 한 꽤나 성실한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를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여러 과목 중 수학을 유난히도 싫어했다. 도무지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재미가 없으니 결과가 좋을 리 만무했다. 다른 과목에서 아무리 성적이 잘 나와 본들 수학 과목에서 다 까먹으니 일정한 선을 넘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의 형제 중 수학을 가장 잘했던 사람은 내 바로 위 누이였다. 나에게는 더없이 어렵기만 했던 수학 문제를 그녀는 마치 '장난하듯' 너무나도 쉽게 풀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전혀 딴 나라에서 온 사람 같았다.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인데도 그렇게나 달랐다.

 

반면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저리를 쳤던 영어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 시간만 되면 '펄펄' 날았다(부디 확대 해석하지 마시라. 시골 중학생이었던 내가 볼 때 그랬다는 것이다). 영어 시간은 매번 선생님과 나 두 사람만이 이어가는 무대였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선생님 또한 영어 선생님이었지만, 나로선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왜? 영어에 관한 한 한 번도 나를 혼낸 적이 없었으니까. 결국 나중에 내가 선택했던 학과나 직업 역시 영어와 관련된 것이었다.

 

적어도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문과나 이과에 관한 타고난 성향은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적성과는 무관하게 오직 성적만을 기준으로 의대나 공대를 선택했던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그런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주변에 봐도 문과 성향의 소유자와 이과 성향의 소유자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평소 그들이 구사하는 단어나 말하는 것만 들어도 어느 정도는 가늠이 된다. 양쪽을 다 겸비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무척 드물다. 더러 문과와 이과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을 보곤 하는데, 그들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천재들이다. 나로서는 한없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아이들은 나처럼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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