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My Soul Food 본문
입맛만큼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 있을까?
먹방과 각종 SNS를 통한 음식 관련 정보들이 차고도 넘치는 시대.
방송을 보면 맛을 전하는 리포터들이
음식이 입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혹은 씹기도 전에 맛있다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호들갑을 떤다.
정말로 그렇게 맛있을까?
그들의 호들갑에 현혹되어 몇 곳을 다녀본 결과
믿지 못할 것이 방송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맛은 주로 그 지방만의 토속음식이다.
정선의 콧등치기, 메밀전병, 강릉의 감자옹심이,
진주의 진주냉면 등 그 지방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을 좇는 식이다.
방송의 영향인지 웬만한 음식은 거의 전국화가 되다 보니
굳이 그곳에 가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되긴 했지만 그래도 '원조'의 내공을 존중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 소울푸드(Soul Food)란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미국 남부 흑인의 전통적인 음식',
혹은 '진심으로 흐뭇한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여기서 나는 그것을 글의 맥락상 '영혼을 뒤흔든 음식'이라 정의하고 싶다.
어느 일간신문 기자가 쓴 여행기를 읽다가
제주도에 가면 '자리물회'라는 음식을 꼭 먹어보라는 내용이 있었다.
아무 데나 가지 말고 서귀포 보목동,
그 중에서도 'OOOO 횟집'를 가 보라고.
메모를 해두었다가 제주 여행을 갔던 길에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나는 물회에 관한 경험도, 지식도 많지 않다.
그저 육지 물회는 고추장을 푼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자리물회는 제주 앞바다에서만 잡힌다는 자리돔(손바닥만 한 크기)이란 생선을 쓰는데
뼈째(세꼬시) 썰어 각종 채소를 가미한 형태였다.
육지와는 달리 고추장 대신 된장을 푼다는 차이가 있었다.
특정 음식을 먹고 '감동의 도가니'를 경험한 적은
먹을 것이 흔치 않던 어린 시절 이후 그때가 처음이었다.
얼마나 강렬했던지 제주도를 떠나는 날
아침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이미 배가 충분히 부른데도
또 다시 찾아가서 한 그릇을 비울 정도였다.
이후 제주에 내려갈 때면 잊지 않고 그집을 찾곤 한다.
처음 갔을 때는 바닷가 허름한 집이었는데
얼마 전 가보니 바로 맞은편에 번듯한 현대식 건물로 새단장이 되어 있었다.
자리물회 - 내 인생 몇 안 되는 '영혼을 뒤흔든 음식'이었다.
'사진과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진 기록 (4) | 2022.11.04 |
---|---|
대한민국의 상징물은? (4) | 2022.10.13 |
재회再會 (6) | 2022.10.11 |
그곳에 가면 (6) | 2022.10.08 |
아궁이의 추억 (0) | 2022.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