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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

사라진 기록

자유인。 2022. 11. 4. 07:26

 

난생처음 외국행 비행기를 타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이었다.

미국 중부에 위치한 콜로라도 주 덴버로 가는 길.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서울 가는 기차를 탔을 때처럼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른다.

이후 비행기를 탈 일이 잦아졌다.

그렇게 설렜던 외국 여행이 언제부터인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비행 시간이 10시간이 넘는 때면 더욱 그랬다.

닭장처럼 좁은 이코노미 좌석.

남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잘도 자건만 그 긴 시간 동안

도착지에 착륙하기까지 뜬눈으로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가기 전날 몸을 피곤하게도 만들어 보고

독한 술도 몇 잔 마셔봤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이었던 2019년,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행선지는 메콩강 유역의 수상시장.

5시간 정도의 비행은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이번엔 오로지 촬영만을 위한 나들이였다.

경험 삼아 참가했던 전국 사진공모전에서 생각지도 않게 받게 된

적지않은 상금을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사진을 찍고 나면 선별 후 별도의 외장하드에 따로 보관한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 때문이다.

어느 날 그 어렵게 찍은 사진들이 거짓말처럼 다 사라졌다.

마치 블친님들의 댓글에 답을 달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치듯.

있을 만한 곳을 찾고 또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달리 원인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폴더를 정리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이다.

스스로의 사진에 늘 불만이건만,

이때만큼은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았었는데 말이다.

스마트폰에 몇 안 되는 사진들이 남아 있긴 했지만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는 '죽은' 사진뿐.

편리함의 이면에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디지털의 함정.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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