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진과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 (29)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 2020. 12. 2 요즘은 시골에도 주거 환경이 개선되어 나무를 연료로 하는 난방 시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소재지만 시골일 뿐, 도시나 농촌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재래식 아궁이가 전부였다. 부엌에서 밥이나 반찬을 만들 때도, 방을 덥히기 위해서도 아궁이에 일일이 불을 지피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농촌의 재산 목록 1호였던 소를 건사하기 위해 쇠죽을 쑬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엌은 어머니 영역이었지만, 쇠죽만은 나의 몫이었다. 부모님의 바쁜 일손을 도와야 하는 환경에서 다른 것들은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쇠죽을 쑤는 그 시간만큼은 나만의 휴식시간이자 '낭만시대'였다. 아궁이에 나무가 타는 사이 부지깽이로 장단을 맞춰..
- 2018. 10. 7 코로나 시국이 점차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동안 문을 닫았던 축제 행사가 전국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여전히 마스크로부터 자유롭진 않지만 그나마 사람 사는 분위기가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아 반갑다. 해마다 즐겨 찾던 축제가 있었다. 경기도 안성에서 열리는 '안성바우덕이축제'가 그것이다. 프로그램이 다양했고 볼 거리가 풍성해서 나처럼 사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축제였다. 최근 들어 3년 만에 재개가 되기는 했으나 코로나 이전 같은 다채로움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아마도 지금의 팬데믹이 완전히 물러가야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때 다들 줄을 서서 먹었던 저 비빔밥이 그립다.
- 2021. 6. 2 남자는 인정에 대한 욕구가, 여자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다른 어떤 감정보다 우위에 있다고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나를 응원해 주는 존재는 없었다. 오히려 '자라나는 새싹'의 기를 죽이는 일들이 더 많았다. 지금 당장은 내 아이가 빼어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망정 '잘한다, 잘한다'며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 주면 그 아이는 점점 더 신이 나서 열심히 하게 되고 자신감을 지니게 되어 있다. 성장기에 그런 경험을 갖지 못한 나로서는 내 아이들에게만은 내가 누리지 못한 응원가를 맘껏 불러주고 싶었고 그것들을 실천에 옮기려고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나의 장모님은 내 인생에서 유일하..
- 2022. 5. 23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지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여태껏 남산에 한 번 제대로 올라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지도.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이종 형을 따라 남산 어린이회관을 스치듯 다녀온 기억만이 유일할 뿐이었다. 수도 서울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 마음 먹고 길을 나섰다. 회현역에 내려 서울도성 길을 따라 한 발 두 발 계단을 올랐다. 연인도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코로나 이후 주변에서 외국인을 보기가 통 어려웠는데 오랜만에 그들의 무리를 보니 마치 해외 나들이를 온 듯 반가웠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은 장관이었다. 여기에 올라보지 않고 서울을 얘기하는 건 도리가 아닌 듯했다. 우리는 대개 가까운..
- 2018. 7. 19 모스크바 베데엔하 공원을 방문한 날. 아침까지만 해도 단순히 흐리기만 했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우며 강한 바람을 동반한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공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낮인데도 사위는 저녁이 찾아온 양 어두워지고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황급히 내달렸다. 날씨는 사나워졌지만 공원에는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만들어졌다. 한 중년의 부부가 작은 우산에 의지한 채 공원을 가로질러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무늬만 우산이지, 두 사람의 머리나 제대로 가릴 수 있을까. 사진은 찍고 나면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많다. 이건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걸, 저건 저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