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진과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 (29)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 2019. 5. 23 2018년 사진 공모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큰상을 받았다. 난생처음으로 KBS 아트홀 무대에까지 오르는 과분한 영광도 누렸다.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던 사진이 나에게 이런 경험까지 안겨주리라곤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적지 않은 상금까지 주어졌다. 그 중 일부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인사 비용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은 사진을 통해 얻은 결과물인 만큼 그에 연관된 곳에 활용하고 싶었다. 오랜 고민 끝에 베트남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로지 촬영에만 집중한 여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재래시장을 비롯한, 농수산 시장, 수상시장 등을 돌며 열심히 풍경을 담았다. 역대 해외여행 중 가장 보람차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사진 결과물에 있어서도 꽤 긍정적인 편이..
- 2013. 5. 12 한 달 간의 자유가 생겼다. 오래 근무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회사의 배려였다. 무엇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여태 가보지 못한 유럽 몇 나라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 중의 하나가 이탈리아 여행. 남부에 위치한 폼페이는 수도 로마에서 270km. 자동차로 꼬박 세 시간 이상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로마 귀족들의 휴양도시였던 폼페이는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그로부터 긴 세월이 지난 1748년 발굴이 시작되어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유럽을 가보면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은 하나같이 현대의 건축물이 아닌 역사의 현장임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개발'이란 미명 ..
- 2015. 11. 28 어찌 그리도 무모했을까 싶을 정도로 사진에 관한 한 망설임이 없었고 거침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미치면 그 길로 곧장 차를 몰고 나서곤 했었으니까. 돌아보면 이성보다는 욕심이 앞서 있던 때였던 것 같다. 위 사진은 충남 당진에 소재한 로 항일시인이자 계몽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심훈 선생의 집이다. (왼쪽 건물이 필경사, 오른쪽은 상록수문화관). 그날은 11월인데도 많은 눈이 내렸다. 차를 몰고 나서기에는 결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문득 눈 내린 풍경을 담아 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날씨 때문이었는지 방문객은 나 혼자였다. 한쪽엔 선생의 생애와 문학 관련 기록물이 전시된 기념관이 있고, 건물 위로는 '그날이 오면'이란 시비詩碑와 더불어 한 손에..
해마다 이맘때면 하루 종일을 길에서 시달려야 하는 극심한 귀성길 도로 정체 때문에 나도 고향이 서울이었으면, 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덧 부모님 다 떠나시고 더 이상 맞아주는 이 없는 고향. 내가 당신들의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시점이 되고 보니 그때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 2013. 1. 1 제대로 된 눈을 만나는 데도 운이 따라야 한다. 사진을 즐기는 이들에게 그 말은 누구보다 절실히 와 닿을 것이다. 설경을 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일기예보를 참고하여 목표 지점에서 미리 기다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발자국이 남거나 시간이 늦으면 현저히 생동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설경 사진을 보면 그것을 담기 위해 수반되었을 작가의 치열한 노력과 수고로움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 이른 아침부터 엄청난 폭설이 쏟아졌다. 빙판이 된 도로는 자동차 운행에도 적잖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처지. 우여곡절 끝에 당신의 마지막 길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