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진과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 (29)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 2022. 9. 17 빈민가의 고급 주택지화,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 - 우리는 이를 두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부른다. 저런 달동네에 주머니가 넉넉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주거환경 개선'이란 명분 아래 옛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번듯한'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살던 원주민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내가 소유한 집, 내가 땀 흘려 일군 땅임에도 '개발의 논리'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권리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주 명령'이 떨어지면 누구도 거역하지 못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새것'이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집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헌 집이 되고 만다. '헌 집은 나..

- 2019. 5. 25 밤새 비가 내렸다. 다음 날 걷기 모임을 앞두고 있어 걱정스런 마음에 수시로 밖을 내다보지만 좀처럼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종종 찍곤 한다. 운전 중 신호를 기다릴 때나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풍경이 있으면 더러 담곤 하는데 카메라와 비는 상극이라 여의치가 않다. 베트남 여행 중 때마침 비다운 비를 만날 수 있었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였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우중雨中 풍경이 내 마음을 마냥 들뜨게 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물결을 이루는 곳이다. 달리는 택시와 옆을 스치는 오토바이의 속도가 서로 엇비슷해 차 안에서도 사진을 찍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숙소 가까이에 이르자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속도가 느려진 택시 뒤를 따르는 사람들. 행여 사라질까 두려..

- 2014. 10. 3 사진을 하는 이들은 새로운 피사체에 늘 목이 마르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으로 어디 뭐 새로운 '거리'가 없을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내가 오로지 촬영 목적으로만 몇 년째 연이어 찾던 곳이 있었다. 바로 경기도 안성에서 열리는 바우덕이축제였다. 두 번째 카메라를 장만한 뒤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먹고 마시는 것 이외 특별한 볼 거리가 없던 여느 축제와 달리 구성이 탄탄하고 다채로우면서도 찍을 거리가 넘쳐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다수의 해외 공연단까지 참여하다 보니 마치 다른 어느 나라에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 종일을 머물러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동안 혼자서만 즐기던 사진에서 벗어나 한 번쯤 전문가를 통한 객..

- 2018. 12. 13 나는 태생적으로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누군가는 집에서 편안히 앉아 커피나 마시며 쉬는 것이 휴식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도리어 중노동과 다름 없을 정도로 힘들다. 무엇이든 일을 만들어 몸을 움직여야 하루를 제대로 보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어느 날 사진과 여행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 것도 알고 보면 우연이 아닌 태생적인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수십 년 간 사무직에만 종사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내가 만약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앉아서 하는 업무가 아닌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인들에게 그 얘기를 하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곤 한다. 그들의..

- 2019. 2. 19 자고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눈은 내릴 때는 좋지만 그것을 수습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적잖이 부담스럽다. 아파트 경비를 책임진 분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미끄럼 사고 예방을 위해 염화칼슘도 뿌려야 하고 쌓인 눈도 치워야 한다. 최근 개정된 관련법에 따라 대체 인력이 투입되면서 일손을 많이 덜긴 했지만 이전까지는 모두 그들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는 그들의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주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어디에서건 '갑질'을 일삼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약자 앞에서는 강하고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상대에 따라 표정과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그들이 지닌 또 다른 특징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