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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하면 나타나는 현상

자유인。 2025. 4. 29. 05:07

 

 

무엇이든 귀하면 가치가 치솟지만 흔하면 강가의 돌멩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다. 열대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는 한때 일부 극소수의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그것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특권 계급'으로 취급받을 정도였다. 지금은 어떤가. 바나나 먹은 걸 가지고 감동하는 사람도, 어디 가서 자랑하는 사람도 없다.

 

사진도 그렇다. 오늘날 누구나 하나씩 들고 다니는 휴대폰 덕분에 아무나, 그리고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숫자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찍는다. 많이 찍는 만큼 소중함을 모른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카메라는 부의 상징이었다. 그 당시 시골에서 개인이 카메라를 가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소풍이나 여행을 가면 학교에서 지정한 전속 사진사가 필수적으로 따라붙던 시절이었다. 그때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연히 찍은 사진의 숫자는 적을 수밖에 없었고, 적은 만큼 소중히 다룰 수밖에 없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소풍을 가지 못한 아이들은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개인적으로 남의 사진 찍어줄 일이 많다. 어디 단체로 나들이를 가면 으레 나를 찾곤 한다. 누가 특별히 지정한 것도 아닌데 나란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 세월이 꽤나 길었다. 나 스스로 그 과정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목적 이외에는 더 이상 남의 사진 찍어주는 역할은 그만해야겠노라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오랫동안 사진을 대하는 이들의 심리를 관찰하게 되면서였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에는 어쩌다 찍은 사진 한 장이 신줏단지나 다름없었지만, 아무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요즘에는 사진 한 장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그저 일종의 통과의례인 양 찍는 그 순간만 있을 뿐, 누가 찍든,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든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예전처럼 나 어릴 때 사진은 이것 한 장밖에 없다며 애지중지하던 모습은 더 이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되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아예 찾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 모든 게 너무 흔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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