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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이 사라진 이유 본문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은 세월과 함께 자취를 감추는 것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공룡이다. 하지만 그건 까마득한 고대 백악기의 일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인류 문명의 발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명의 발전은 곧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과정과 다름 아니다. 그중에서도 인간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다른 생태 환경은 점점 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숨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동물 생존의 기본이 되는 먹이사슬을 무너뜨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급기야 야생의 천국이라고 하는 아프리카 대륙마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식물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할미꽃도 그중 하나다. 시골에서 성장기를 보낸 나는 당시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동네 뒷산 어디에서든 할미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워낙 흔하다 보니 변변한 눈길 한번 제대로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할미꽃이 자취를 감췄다. 들에서도 산에서도 통 볼 수가 없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가물에 콩 나듯 그 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야생이 아닌 인간의 손길을 통해 자라는 것들이다. 몇 년 전 지방 어느 공원에서 몇십 년 만에 할미꽃을 보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인근 도시에 있는 공원에 갔던 길에 몇 년 만에 또다시 할미꽃을 발견했다. 만날 때마다 그 반가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지금껏 고개 숙인 모습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만개한 할미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불현듯 궁금해졌다. 한때는 지천이었던 할미꽃이 왜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췄을까? 관련 자료를 검색해 봐도 그런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한국 전역의 산과 들에 자라는 한국 고유의 야생화이다. 뿌리에서 잎이 바로 나오므로 줄기를 따로 구분하기 어려우며 꽃은 적자색으로 4월에 핀다. 메마른 양지에서 잘 자라고 한방에서는 신경통, 해열, 해독, 지혈제 등의 약재로 사용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대목은 할미꽃이 약재로 쓰인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추측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언가 몸에 좋다고 하면 그냥 두질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할미꽃이 사라진 원인이 아니었을까? 물론 검증되지 않은 나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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