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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이 공유되는 세상

자유인。 2025. 4. 22. 03:57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공원을 지나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젊은 부부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부인) 휴대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남편) 그러면 서로 연락들을 안 하고 살게 되잖아." 내가 들은 그들의 대화는 두 문장이 전부였다. 나대로 가던 길을 재촉해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글감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그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다가 뒤늦게 디지털 문화를 접한 세대이다. 아직도 정서적으로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이 더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문화와 담을 쌓고 살지는 않는다. 그랬다간 자칫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가 될 수도 있을뿐더러, 어떻게든 동시대인들과 부대끼며 살아는 가야 하니까.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편리한 점도 많아졌지만, 그에 따른 폐단도 적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너무 많은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공유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살면서 내가 아닌 타인들의 일상을 지금처럼 시시콜콜 다 들여다보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대체로 인간관계는 지나치게 가까운 것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심, 보다 긴 생명력이 보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서로 간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인간적인 갈등은 데면데면한 사이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나와 가까운 이들에게서 비롯된다. 상대방에 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휴대폰에 과도할 정도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 무언가 꼭 필요한 걸 찾기 위함이 아닌, 단순히 시간을 죽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차를 타도, 길을 가면서도, 버스를 기다리는데도 하나같이 휴대폰의 바다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른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휴대폰이 없던 세월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이로 인해 서로 간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없다. 급기야 인간의 모든 것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시대로까지 접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생각하지 않는데, 이제는 무엇이든 주문만 하면 기계가 알아서 척척 다 해주니 인간의 두뇌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도, 삽으로도 막을 수 없는 급격한 시대의 변화.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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