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의 블로그 이야기 본문

내가 지금의 블로그를 운영한 지는 꽤 되었다. 2005년에 문을 열었으니까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한다. 단지 햇수만 그렇다는 얘기일 뿐 지금의 형태로 자리를 잡은 지는 불과 몇 년 전이다. 편지 한 장 채우기에도 급급했던 사람이 어느 날 우연히 글쓰기에 재미를 느껴 시작하긴 했지만,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향성을 지향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었다.
초기에는 어설프게 남들 따라 흉내를 내보기도 했었고, 혼자서만 보는 일기와 만인에게 공개되는 인터넷 글쓰기의 차이점을 제대로 알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의 과정이 뒤따랐다. 과거에 썼던 글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니 '이런 내용의 글을 세상이 다 보는 공간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올렸나' 싶어 그때까지 썼던 글을 다 지워버린 적도 있었다. 뒤늦게 안 보이던 것이 보였다는 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정착하기까지, 스스로 '나의 길'을 발견하기까지 수많은 좌충우돌의 순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기에 나는 세상을 살면서 다른 무엇보다 경험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책에서 얻은 지식은 단순히 머릿속에만 머무는 지식일 뿐, 현장 경험이 가미되지 않은 지식은 죽은 지식이나 다름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세상은 하나씩 부딪히며 배운다는 것도. 평소 책도 열심히 읽지만, 살면서 누구보다 많은 발품을 파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이 추구하는 큰 틀의 방향성은 '나의 삶'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내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을 나만의 시각으로 글을 통해 담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생각하는 힘과 의심하는 습관을 기르는 과정과 다름 아니다. 글쓰기란 그것들이 밑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생활 속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현대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휴대전화에서 비롯된 그와 같은 현상은 어느덧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의 등장과 더불어 더욱 두드러졌다.
내가 매일 아침 한 편씩 올리고 있는 블로그 글쓰기는,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는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잠시나마 이탈하여 혼자만의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해 보자는 데 좀 더 큰 목적이 있다. 그 순간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과거의 나 자신에 비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넓어졌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발전시키는 데 유의미한 도움이 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모두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얻게 된 결과물이다.
나의 블로그 글쓰기는 다른 무엇보다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연수에 비해 조회 수가 많지 않은 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른 길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조회 수는 곧 상호 방문의 빈도에 따른 결과물이어서, 거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자칫 본말이 전도될 수도 있을뿐더러, 날마다 그 많은 블로그를 일일이 들러 게시물을 읽고 댓글을 단다는 건 나로서는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벅찬 일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내 삶을 돌아보는 데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자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나의 정기적인 방문처는 매우 제한적이다.
글을 쓸 때마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신기한 체험을 하기도 한다. 쓰기 전에는 대개 큰 주제 정도만 머릿속에 넣고 자판을 두드리는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미처 생각지도 않은 문장들이 무슨 자판기 마냥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뇌는 가만히 있는데 손이 먼저 알아서 써 내려가기도 한다. 내 머릿속 어디에 나도 모르는 이런 생각들이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대목이다. 사람은 무의식이 90퍼센트인데 그중 10퍼센트만 감지할 뿐, 나머지는 자신도 모르는 채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내가 쓰는 글의 90퍼센트는 나도 알지 못하는 무의식에 의해 작성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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