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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코앞까지 다가온 현실

자유인。 2025. 4. 15. 19:57

 

 

외출을 하려고 나서려다 보니 아파트 현관에 웬 광고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이비인후과 오픈'. 최근 동네에 새로이 문을 연 병원 개업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마침내 아파트에까지 병원 광고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사는 집 바로 앞에도 이미 같은 진료과목의 병원이 두 곳이나 있는 데다, 광고지에 나온 병원은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2~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병원이 광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처럼 병원이 난립된 상태가 아니어서 문만 열어놓고 있으면 환자가 알아서 찾아오는 시대였기에 광고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광고를 한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신규 의사 수는 급증하고, 졸업 후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누구나 우선적으로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대학 강단이나 대형 종합병원 정도인데, 그 인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개업뿐이다.

 

개업만 하면 환자들이 알아서 척척 찾아와 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병원을 차리자면 필요한 설비도 해야 하고,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매월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와 관리비만 해도 상당하다. 다른 병원에 가지 말고 내 병원에만 오라고 지속적인 광고도 해야 한다. 그 비용을 제대로 다 충당하려면 매일 일정 수의 환자가 찾아와 주어야 한다. 하지만 몇 명이 올지 원장이 어찌 알까. 병원도 결국 자영업의 일종일진대, 처음부터 성황을 이루는 경우는 없고, 어떻게든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견딘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때 가봐야 안다.

 

바야흐로 전문직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분야든 안전지대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라고, 변호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는 턱없이 부족하다. 갈수록 거세지는 인공지능의 파고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며칠 전,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아날로그 정서 속에서 머물고 싶어 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던 ChatGPT를 처음으로 써보니 이 친구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다. 인간이 만든 문명의 이기 앞에 인간이 지배당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편리함을 떠나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 그날은 어느새 우리들 코앞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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