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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나 쉬운 직업이란

자유인。 2025. 4. 13. 05:02

 

 

다른 이들에 비해 나의 평소 활동량은 꽤 많은 편이다. 체질적으로 한곳에 가만히 머물러 있기보다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측면도 있지만, 일부러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기보다 생활 전반을 운동화化하게 되면 한 번에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소득 중 하나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다니는 만큼 세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더 많아진다는 점이다.

 

청와대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광화문 광장 한 편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모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는 중이었다. 화면에서만 보던 유명인들의 얼굴도 제법 보였다. 그 앞에는 출연진보다 몇 배나 더 많은 관계자와 카메라가 진을 치고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조만간 새롭게 시작될 어느 텔레비전 예능 방송의 녹화 현장이었다.

 

어쩌다 가물에 콩 나듯 촬영 장면을 만날 때가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바로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일반인인 나로서는 방송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살펴볼 일이 없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동원되는지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반드시 또 그렇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연진 중 누군가 실수라도 하면 저 많은 인원이 또다시 같은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방송을 통해서는 촬영분의 극히 일부만 나갈 뿐이지만, 그것을 위해 길게는 무려 10시간이 넘는 사전 녹화를 한다니 몸은 이미 파김치가 되었는데도 표정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내 웃고 있어야 할 테니 그 심정 누가 알까. 어디 그뿐인가. 그렇게 힘들여 촬영했음에도 거기에서 또다시 취사선택을 위한 치열한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걸 보면 세상에 무엇 하나 쉬운 직업이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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