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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본문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가 돈이다. 물물교환에 의한 삶이 중심일 때만 해도 부에 관한 인간의 욕망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화폐가 등장하면서 점점 커졌고 그것을 갖기 위한 싸움은 보다 치열해졌다. 숫자에 의한 비교도 시작되었다. 더 차지하기 위해, 때로는 남이 가진 것을 뺏기 위해 인면수심의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날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상당수의 갈등과 범죄의 중심에는 예외 없이 돈 문제가 존재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른들은 아이들이 돈 이야기를 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다. 공부나 잘하면 되지 벌써부터 돈을 밝히냐고. 그러다 보니 경제에 눈을 뜨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숫자에 밝은 편이 아니어서 더 그랬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있어야 할까? 나의 경우 퇴직을 앞두고 내심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인 데다, 적어도 얼마는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세간에 회자되던 시절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우려와는 달리 퇴직 후 몇 년을 살아보니 돈이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에 맞춰 또 살아지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수입 면에서만 보면 현직 때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삶의 질이나 만족도 면에서는 지금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다. 그런 걸 보면 돈이 많다고 하여 행복이 넝쿨째 굴러오는 것도, 돈이 없다고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닌 듯하다. 돈은 많은데도 오직 통장 잔고 느는 것에만 희열을 느낄 뿐 더없이 궁색한 삶을 사는 이가 있는 반면, 돈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요소요소 지혜롭게 잘 활용하는 이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껏 살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있다면 돈이란 내 주머니에 얼마가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적절히 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번다는 건 결국 모셔 두기 위함이 아닌,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함이 아닌가. 음식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고, 옷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입어본 사람이 입을 줄 알며, 놀러도 부지런히 다녀본 사람이 놀 줄 알듯, 돈을 쓰는 데도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내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내 돈이 소중하면 남의 돈도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돈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윤활유와 같은 것. 때로는 이웃을 위해 밥 한 끼 정도는 살 줄도 알아야 한다. 무릇 인간관계란 어느 일방의 행위라기보다는, 서로 오고 가는 가운데 시나브로 싹트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언제나 뒤에서 운동화 끈만 매게 되고, 그처럼 메마른 토양에서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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