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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기우제 본문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있다. 농경사회 중심이던 시대에는 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물 공급원이 없었다. 유일한 방안은 하늘에 있는 신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제사를 지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바란다고 해서 하늘이 그에 부응하여 화답을 해 줄까? 그렇게만 된다면 걱정할 것도 없다. 물이 필요할 때마다 제사만 지내면 그 즉시 비를 내려줄 거니까. 예외가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들이 기우제만 지내면 비가 내렸다. 남들이 갖지 못한 그들만의 신묘한 능력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기 때문이다.

그와는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하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일은 있다. 최근 들어 각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이런저런 계절 행사가 많아졌다. 봄이면 열리는 꽃 축제도 그중 하나다.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가장 큰 변수는 날씨, 무엇보다 행사 시기에 때맞춰 꽃이 피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일정을 잡을 때 기상 관련 자료를 참고는 할 테지만, 온전히 믿을 수도 없다. 하늘에서 관장하는 일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약속인 만큼 취소나 연기도 불가능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철쭉 축제가 열렸다. 불과 며칠 전이었다. 애석하게도 축제일이 밝았는데도 꽃은 피지 않고 봉오리만 겨우 맺힌 상태였다. 철쭉 축제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도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했다. 위 사진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모습이다. 축제 당일보다는 나아졌지만, 만개하기까지는 아직도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축제 일주일 뒤가 행사 적기였다. 어쩌랴. 버스는 이미 떠난 것을. 내년에는 제대로 맞힐 수 있을까? 날씨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인간사는 참으로 대처가 어렵다. 불현듯 인디언 기우제가 생각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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