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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자화상

자유인。 2025. 4. 26. 04:40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들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 정기룡, 김동선, <퇴근 후 2시간> -

 

 

세상은 대개 성공한 사람들이 이룩한 결과에만 주목할 뿐,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기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오늘날 인류가 즐기는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과 가장 폭넓은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종목을 꼽으라면 축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 시즌이 되면 지구촌은 그야말로 지축이 뒤흔들릴 정도로 들썩인다. 그런 종목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이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가 쓴 것으로 지금의 손흥민 선수가 있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본인 역시 축구 선수 출신으로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지도자로서 축구에 관한 그의 철학을 담고 있다. 손흥민 선수의 오늘은 아버지인 그의 미래에 대한 치밀한 청사진과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도, 모든 공을 아들인 손흥민 선수 본인의 것으로 돌리고 있다. 이 책은 부모로서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지를 이론이 아닌 생생한 경험을 통해 일깨워 주고 있다.

 

손 씨는 프로 축구 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 2군에까지 선발될 만큼 실력 있는 선수였지만, 스스로를 '실패한 선수', '제대로 된 기술조차 갖추지 못한 3류 선수'였다고 토로하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본기 훈련은 외면한 채 오직 눈앞의 결과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축구계의 현실을 개탄하며, 축구 선수의 꿈을 가진 유소년들에게 자신의 '실패담'을 거울삼아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 오늘의 아카데미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미리 교육을 받거나 준비가 된 상태에서 부모가 되는 경우는 없다. 어쩌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은 뒤 비로소 부모로서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배워갈 뿐이다. 나 또한 돌아보면 아비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너무나도 미숙하고 무지했다. 아이들과의 눈높이가 무언지도 몰랐다.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몰랐던 것들이 시나브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바르게 잘 자라 준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웠다기보다, 아이들과 더불어 동반성장했다는 말이 보다 정확할지 모른다.

 

제각기 가정을 꾸린 아이들에게 부모라고 해서 그들의 사생활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다. 내 생각을 앞세워 오라 가라 하지도 않는다. 무언가를 물어오면 그저 내 생각을 전달할 뿐이다. 그에 앞서 본인들의 배우자와 먼저 상의하기를 바란다. 결코 무관심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삶과 가정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인생은 다른 누구의 가르침보다 직접 부딪히며 배울 때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나이 때의 나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내 아이들은 나보다 몇 배 더 현명하고 지혜롭다. 그러기에 내가 괜히 개입해서 불필요한 혼선을 빚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이 도리어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시 아버지가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간 세월. 손웅정 씨의 책을 읽으며 잊고 있던 초보 부모로서의 부끄러운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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