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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명 100 세 시대의 그늘

자유인。 2025. 5. 1. 05:00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소방차가 두 대나 출동하고, 중무장한 소방관들이 어딘가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그 뒤로는 앰뷸런스와 들것도 보이고 경찰차까지 출동해 있었다. 어디 불이 났나 싶어 아무리 둘러봐도 연기는 나지 않고, 분위기로 보아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났을까. 출동했던 소방차와 경찰차가 철수하는 걸 보면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이 된 듯했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사연은 이러했다. 한 주민이 관리소로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관계자는 즉시 119에 전화를 했고,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했다(소방차가 출동하면 경찰차도 함께 출동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냄새는 나는데 진원지를 알 수 없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방관들은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고, 확인 결과 내가 사는 바로 앞 동의 어느 가구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였다.

 

소방관들이 긴급하게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연로한 할머니 혼자 살고 있었다. 올해 89세인 그녀는 귀도 들리지 않았고, 냄새까지 맡지 못했다고 한다. 문제의 냄새는 주방 기구에 올려놓은 냄비가 타고 있는 것이었는데, 그 사실을 전혀 감지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형 화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급격한 주거 문화의 변화에 따라 노인 혼자 사는 집이 적지 않다. 과거와 달리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경우도 거의 없다. 신체 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게는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시골이라고 해서, 도시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다. 인적이 없는 시골은 시골대로, 사람은 많지만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된 도시는 도시대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누구 하나 연락할 사람이 없다. 숨진 뒤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 확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가족도 못 챙기는 일을 남이 어찌 다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친구의 경우,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의 안위를 멀리서 휴대폰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고향 집 내부에 일찌감치 관련 장비를 설치했다고 한다. 갈수록 출산율은 감소하는 반면, 노인 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앞선 할머니의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나에게만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동안 부디 아프지 않고, 어느 날 자는 듯이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간이면 누구나 꿈꾸는 소망일 것이다. 슬프게도 그 바람을 현실로 맞이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짧게는 몇 개월 또는 몇 년, 길게는 10~20년을 병상에서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 100세 시대가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은 나만의 지나친 염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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