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똑똑하면 다 착한 학생일까? 본문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웬만한 서비스는 가만히 앉아서도 다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휴대폰 앱을 통해 음식도, 물건도 주문할 수 있고, 은행, 증권을 포함한 금융 업무도, 여행 상품을 비롯하여 기차나 버스, 비행 편, 숙소 예약까지 안 되는 게 없다. 일찍부터 디지털 문명과 함께 나고 자란 젊은 세대에게는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아날로그 문화 속에서 긴 세월을 보낸 장년층에서는 자식들 도움 없이는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문명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따라잡기에 숨이 찰 정도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야 한다. 바야흐로 디지털을 모르면 문맹과 다름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편리함만 있을 것 같지만, 그로 인한 폐단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는 보호되어야 할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그에 발맞춰 생각지도 못한 신종 사기 수법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커(hacker)의 등장이 그것이다. 이른바 사이버 도둑이다. 남의 컴퓨터 통신망에 침투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 정보를 함부로 훔치는 사람들이다. 정보를 훔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용해 어렵게 일군 남의 재산을 탈취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타인의 삶을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자신들만 호의호식하겠다는 자들이다.
최근 내가 이용하고 있는 휴대폰 통신사의 일부 개인 정보가 해커에 의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가입자인 회사여서 초비상이 아닐 수 없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통신사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부랴부랴 유심 보호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고, 모든 가입자에 대해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대책이 발표되었다. 서비스가 시작된 첫날 동네 대리점에 가 보니 대기 줄이 구름이다. 장시간 땡볕에 기다릴 자신이 없어 집에 돌아와 통신사 앱에 접속을 하니 거기서도 가능했다. 접속자가 어마어마했지만, 다행히도 예상보다 빠르게 가입과 예약을 마쳤다.
나의 고등학교 담임 교사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 지나칠 정도였다. 마치 공부만 잘하면(=smart student) 착한 학생(=good student)이고, 그렇지 않으면 심성까지 나쁜 학생(=bad student)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의 생각처럼 공부도 잘하면서 착하기까지 한 아이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공부는 잘하는데 착하지는 않은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 출신임에도 범죄에 연루되어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들이 종종 있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능이 뛰어난 이들이 넘쳐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좋은 머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운명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해커들은 보통 비상한 지능의 소유자들이 아니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컴퓨터 통신망을 헤집고 들어가 그 안에 든 정보를 빼내자면 웬만한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난해한 과제를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쉽게도 해결한다. 그 남다른 지능을 세상의 빛과 평화를 위해 활용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인간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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