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려운 본문

아무리 어려운 일도 알면 더없이 쉽지만, 아무리 쉬운 일도 모르면 한없이 어려운 게 세상사다. 그러기에 무엇이든 하나라도 경험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만큼 도움이 된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론은 쓸모가 별로 없다. 학교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했어도, 기업체에 들어가면 실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도, 특정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본격적으로 생업에 뛰어들기 전에 일정 기간 현장 실습 경험을 쌓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 된 자동차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대개 운전만 할 뿐 문제가 생기더라도 손수 손을 보기는 어렵다. 나 역시 자동차 관리에 관한 한 전적으로 단골 공업사에 맡기고 있다. 얼마 전부터 자동차 윈도 브러시 기능에 문제가 나타났다. 작동을 시켜도 조수석 쪽 유리가 제대로 닦이지가 않았다.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 즉시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그동안 전문가에게만 맡겼었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라기에 직접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도 경험이 없으면 생각처럼 여의치가 않다. 무려 30년이 넘게 운전을 해왔음에도 윈도 브러시 교체 작업은 처음인데다, 서로 다른 크기를 지닌 두 개의 브러시가 양쪽에 각각 장착이 된다는 사실도 이번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방법을 잘 몰라 한참이나 진땀을 뺀 끝에 가까스로 해결을 하고 나니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겨났다. 실습을 통해 원리를 알게 된 덕분이었다.
또 다른 소득도 있었다. 윈도 브러시를 구입하러 갔다가 '고지 오류 보상금'이라는 용어도 알게 되었다. 매장에서 관련 부품을 구입한 후 계산을 하는데 진열대에 붙어 있는 가격과 계산서에 적힌 가격이 서로 달랐다(계산서에 찍힌 것이 더 비쌌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계산서에 적힌 가격이 맞기는 한데, 무언가 오류가 있는 것 같다며 확인해 보겠노라고 했다. 그 결과 다른 상품에 붙어 있어야 할 가격표를 내가 산 물건에 잘못 붙여놓아 발생한 것이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분명히 비치된 가격표를 보고 샀는데, 결과적으로 그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한 셈이었다. 이런 경우 매장 측의 잘못으로 고객에게 불편을 끼쳤으니 '고지告知 오류 보상금'이 지급된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처음 접하는 용어인데다 그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계산 차액과 함께 자신들의 업무 착오에 따른 별도의 보상금이 주어졌다. 이런 사례를 접하기도 어렵지만, 이런 제도의 존재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에게 맡기면 가장 편하다. 비용만 지불하면 되니까. 하지만 굳이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것까지 타인에게 의존하는 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포기하는 일일뿐더러 비용적으로도 아깝다. 그런 생활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무엇 하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의존 심리란 어느 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습관으로 이어져 결국 한 사람의 삶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평생 바깥 일만 하던 남자들이 퇴직을 하고 나면 배우자의 도움 없이는 세탁기 하나 돌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해 보면 모른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업과 실제 (6) | 2025.05.10 |
---|---|
서비스 천국 (2) | 2025.05.08 |
운동을 못하는 진짜 이유 (1) | 2025.05.04 |
똑똑하면 다 착한 학생일까? (2) | 2025.05.03 |
인간 수명 100 세 시대의 그늘 (5) | 2025.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