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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오래전 가수 김국환이 부른 노래 중에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라는 곡이 있었다. 아내가 하는 일을 이따금씩 남편이 대신해 주자는 내용이 담긴 노래였다. ~ 자 그녀에게 시간을 주자 ~ 저야 놀든 쉬든 ~ 잠자든 상관 말고 ~ 거울 볼 시간 시간을 주자 ~ 그녀에게도 시간은 필요하지 ~ (중략) 한때 우리 사회에는 남녀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되던 시절이 있었다. 돌아가신 선친은 한 번도 부엌에 들어가는 걸 보지 못했다. 지난봄에 떠난 장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밥과 설거지와 집안 살림은 오롯이 어머니와 장모의 몫이었다. 남자들이 '감히' 금남의 영역에 들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행여 그런 일이 있다간 뭐가 떨어진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부인이 어디 외출을 했다가도 끼니 때가 되면 남편의 밥을..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손님을 맞는 주인의 환한 표정은 그 집에 관한 기억을 반추할 때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집이 아무리 으리으리하고 좋더라도, 차린 음식이 아무리 맛있더라도 그것들은 주인의 표정이 어떠했는가를 뛰어넘지 못한다. 이는 비단 영업장만이 아닌,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표정과 말투는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음식점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는다. 나의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다. (1) 우선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2) 양이 너무 적어서도 안 된다. (3)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4) 환경이 깨끗해야 한다. (5) 주인과 종업원의 고객 응대 자세가 그 마지막이다...
태국은 여러 번 가 본 나라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은 건 별로 없다. 그때는 주로 일과 함께였던 데다, 지금처럼 세상에 대한 관심도, 관찰력도 없던 시기여서 모든 게 주마간산 격이었다. 지금껏 생각나는 건 글자가 꼭 무슨 상형문자 비슷했다는 것, 호텔에서 먹은 시큼털털하기만 했던 똠양꿍이란 음식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전부이다.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서 나를 마중 나온 현지 직원이 했던 유머도 남아 있다. 그가 물었다. 태국에는 세 종류의 계절이 있는데 그게 무언지 아느냐고. 아니, 여름밖에 없는 나라인 걸로 아는데 무슨 얘기냐고. 그가 하는 말. 덥고, 더 덥고, 아주 더운 계절이 바로 그것이라고. 그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못 이기는 척 웃어주기는 했지만, 싱겁기 짝이 없는 유머였다. 지금의 시선으로..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붕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자고 나면 없던 말이 생겨나는 시대이다 보니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겨울철 대표 간식이라 할 수 있는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친 말로 거주지 가까이에 붕어빵 가게가 있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가까이 지하철역이 있으면 역세권,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으면 스세권, 편의점이 가까이 있으면 편세권 하는 식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붕어빵 가게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붕어빵은 대개 무허가 노점에서 파는 간식인데, 각 지자체에서 불법 노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음 놓고 장사를 하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천 원에 서너 개 하던 것이 재료비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인터넷 세상이다. 무언가 괜찮은 게 있으면 모든 게 공유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없지 않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심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덜 붐비는 나만의 맛집을 한두 곳쯤 비밀의 화원처럼 간직하고 싶은. 열린 세상이다 보니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그런 곳이 있으면 만남이 한결 더 의미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지인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장소는 나더러 정하라고 했다. 이전에는 상대방이 주로 정했는데, 매번 같은 곳만을 고집해 나대로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내색은 않고 속으로만). 나는 외식을 하게 되면 되도록 안 가 본 곳을 위주로 찾는 편이다. 이왕 돈 내고 먹는 음식인데 같은 값이면 하나라도 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