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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가 돈이다. 물물교환에 의한 삶이 중심일 때만 해도 부에 관한 인간의 욕망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화폐가 등장하면서 점점 커졌고 그것을 갖기 위한 싸움은 보다 치열해졌다. 숫자에 의한 비교도 시작되었다. 더 차지하기 위해, 때로는 남이 가진 것을 뺏기 위해 인면수심의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날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상당수의 갈등과 범죄의 중심에는 예외 없이 돈 문제가 존재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른들은 아이들이 돈 이야기를 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다. 공부나 잘하면 되지 벌써부터 돈을 밝히냐고. 그러다 보니 경제에 눈을 뜨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경기도 수원은 이따금씩 들르는 곳이다. 내가 사는 지역과 바로 이웃해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닿을 수 있는 괜찮은 여행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4년 현재 수원시의 인구는 약 125만 명으로, 공식 명칭은 수원특례시이다. 도시를 대표할 만한 명소 한 곳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망설일 것도 없이 수원화성水原華城을 첫손에 꼽는다. 수원화성은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 18년(1794년)에 축성된 것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된 바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역사 건축물 중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미적인 측면에서 단연 으뜸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수원은 예로부터 '효원의 도시'라 불린다. 정조의 조부인 영조에 의해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꽃이 지천이다. 사계절 중 봄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자연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다. 어린아이들이나 2, 30대 젊은이들이 자연을 보며 감탄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은 대개 마흔이 넘어야 나타나는 듯하다. 꽃들도 저마다 피는 순서가 있어 지금은 벚꽃과 목련, 개나리가 대세다. 그중에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꽃은 단연 벚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만도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벚꽃이 피는 정확한 시점을 맞추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 시기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미리 개화 시기를 예상해 축제 일정을 잡아두었지만, 막상 당일이 되었는..

지하철을 타고 어디를 가던 중이었다. 바로 내 옆에 앉은 한 중년 여성의 전화기에서 문자 도착 알림음이 크게 울렸다. 듣는 내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다른 승객들을 생각해 서둘러 음량을 줄일 법도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소리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울렸고, 그때마다 그녀는 도착한 문자를 단지 확인만 할 뿐이었다. 신경이 쓰여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거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6, 70대쯤 되어 보이는 한 여성이 열차 안 승객들에게 다 들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스피커폰까지 켠 채 통화를 하다 보니 두 사람의 대화는 굳이 듣고 싶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낱낱이 공유되고 있었다. 한동안 열차 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목소리는 ..

또다시 한 나라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한차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선례가 있던 까닭에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 믿었지만, 그때 미처 못다 배운 부분이 있었던 것일까. 역대 13명의 대통령 중 8명의 말로가 평탄하지 못했으니 이런 불행한 역사가 없다. 경제는 이미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우리의 정치 수준만은 발전은커녕 갈수록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더욱이 예측 불가한 미국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연일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정부는 그에 대응할 마땅한 지휘소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자국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