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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행

그곳에 가면 - 경복궁의 후원 청와대를 가다

자유인。 2025. 4. 8. 04:17

 

또다시 한 나라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한차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선례가 있던 까닭에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 믿었지만, 그때 미처 못다 배운 부분이 있었던 것일까. 역대 13명의 대통령 중 8명의 말로가 평탄하지 못했으니 이런 불행한 역사가 없다. 경제는 이미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우리의 정치 수준만은 발전은커녕 갈수록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더욱이 예측 불가한 미국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연일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정부는 그에 대응할 마땅한 지휘소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자국의 이익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네 정치 현실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좇아 우려스러울 만큼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지나친 비약일까?

 

탄핵 선고를 보면서 불현듯 스치는 것이 있었다. 조만간 청와대를 한 번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또 어찌 될지 모르니 그전에 서둘러 다녀올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이는 단순히 나의 추측이 아닌, 이미 지난 연초부터 최근까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들 사이에 대통령실 이전에 관한 견해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는 뉴스가 방송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3년 전 처음 개방이 될 때만 해도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는 바람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잠잠해지면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후 지금까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더 미루면 자칫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사전 예약을 통해 경내를 돌아보았다.

 

청와대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1948년 이승만 정부가 미 군정 사령관 관저로 사용하던 옛 조선총독부 관저를 이양 받아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윤보선 정부 들어 청와대라는 이름으로 개칭하게 되었고, 이후 노태우 정부까지 얼마간 더 사용하다가, 민족의 자존감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한옥 양식의 청와대 본관을 신축하면서(완공 : 1991. 9. 4)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무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반인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었는데, 2022년 5월 10일을 기해 전면 개방하게 되었다(청와대 홈페이지 참고).

 

경내를 한 바퀴 다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야 닿을 수 있는 전망대에 서니 청와대와 경복궁, 그리고 서울 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도상으로 훨씬 더 높은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의 청와대가 있는 자리는 본래 경복궁의 후원이었다는 말이 실감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