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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자유인。 2023. 12. 8. 17:27

지인과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무슨 까닭인지 혼자 앉은 옆자리 손님이 한참이나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느닷없이 남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노크도, 통성명도 없이.

이후 시도 때도 없이 개입하는 그로 인해 우리의 대화가 자꾸만 끊어졌다.

응대를 하자니 그렇고 무시하자니 그렇고 참으로 난처했다.

몇 마디 주고받다 보니 금년 나이 일흔 두 살의 그는 경기도 남양주에 살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지인의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점심 식사를 위해 들렀노라고 했다.

그를 보면서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생전의 당신은 시장에 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금세 친구가 되었다.

초면임에도 이내 자식 얘기며 집안 얘기가 이어졌다.

누가 보면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무릇 이웃과의 교류는 문명의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이 고달팠던 시절에는 서로 간에 벽이 없었다.

처음 보는 아무에게나 스스럼없이 말을 트는 건 그 시대의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말을 거는 사람도, 응대하는 사람도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옆집도 내 집인 양 거리낌없이 드나들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웃 간에도 없던 벽이 만들어졌고, 높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걸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건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되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적잖은 경계심을 유발할 뿐더러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제는 더없이 풍요로워졌지만, 이웃 간의 교류는 필수불가결한

경우 이외에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의 숫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인 양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런 배경에 기인하는 것인지 모른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세상이 변하니 나도 따라 변하는 걸까.

옆자리 손님의 갑작스런 접근에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촉발된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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