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절밥에 관한 추억 본문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나는 정식 예법에 따른 종교 의식을 경험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최초의 기억은 어릴 때 동네 교회에서 성탄절 떡을 얻어먹을 목적으로 몇 번 오갔던 정도,
어른이 되어서는 성당에서 치러지는 지인의 결혼식 참석 몇 번,
그리고 두 번에 걸친 크고 작은 절에서의 템플 스테이 경험 정도가 전부이다.
교회에서는 그저 찬송가 부르고 기도하는 순간순간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고,
쉴 새 없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성당에서의 결혼식은 지루했으며,
사찰에서는 몰랐던 불교의 속살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일주일 간격으로 지방을 연속적으로 다녀와야 했다.
한 번은 장인의 장례식 때문에, 또 한 번은 장모님이 다니시는 사찰에
모신 고인의 초재(初齋)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말로만 듣던 49재(齋)를 난생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흔히 아는 제사 제(祭)가 아닌, 재계할 재(齋)를 쓴다는 것도 이번 기회를 통해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사찰 의식에 생소한 우리들을 위해 스님께서
중간중간 설명을 해주신 덕분에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같은 길일지라도 모르는 길을 가면 왠지 더 멀게 느껴지지만,
아는 길은 훨씬 가깝게 느껴지듯, 사찰 의식 역시 직접 안내를 해주시니
문외한인 나로서도 한결 친숙하게 와닿았다.
재를 마친 뒤 제대로 된 사찰의 상차림을 맞이했다.
가물거리긴 하지만 템플 스테이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당장 떠오르는 건 등산 다니다 우연히 절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허겁지겁 얻어먹었던 기억뿐인데, 이렇게 정식으로 상을 차려 먹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절밥을 먹으면서 문득 스치는 생각.
우리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상차림만으로 얼마든지 충분할 텐데,
너무 과하게 먹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이처럼 소박한 식사로도 스님들은 '더 잘 먹는' 우리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계실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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