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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할 사연

자유인。 2016. 7. 6. 17:34


얼마 전부터 점심 무렵이면 통행인들로 붐비는 사무실 근처 네거리 한 귀퉁이에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능숙한 솜씨도 아닌, 듣기에 다소 거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주곡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지 스마트폰 모니터에 의존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 소절 한 소절을 가까스로 넘어가고 있다.


악기 케이스를 앞에 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구걸을 하고 있는 듯하다.

며칠이 지나면서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구청에서 단속반원들이 나온 뒤로 그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남루한 차림도 아니고, 악기 역시 구걸하는 이들에게서 보기 힘든 색소폰에다,

그렇다고 연주 실력이 그다지 신통치도 못한 그의 삶에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