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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의 추억(10) - 국기 하기식 본문
어느 날인가부터 이전에는 없던 '국기 하기식'이란 행사가 열렸다.
게양식도 있긴 했지만 주로 하기식에 집중되었다.
아마도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같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다 보니
사람들은 오로지 먹고 사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문화도, 애국도 배가 불러야 살필 수 있는 일이기에
식구들의 호구지책 이외에는 감히 생각조차 못하던 시기였다.
이에 정부에서는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란
캐치프레이즈를 대대적으로 내걸고 국민적인 계몽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일환이 국기 하기식이었던 셈이다.
당시 지방 어느 학교에서 국기를 게양하고 내릴 때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복창하는 것에 착안하여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는 얘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때부터 오후 5시가 되면 정부 기관을 비롯한
각급 학교에서는 국기 하기식 행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애국가와 함께 '국기에 대한 맹세'가 흘러 나올 때면
길을 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태극기가 있는 방향을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예의를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채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은 남의 눈을 의식해
계속 길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때는 교육청 앞에서 하기식 행사가 행해질 시점에
대부분의 행인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가는데
유독 우리 학교 학생 하나가 그 자리에 서서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예의를 표하는 걸 누가 보고는 교육청에 제보를 했고,
교육청에서는 또 우리 학교에 통지를 하여
교장 선생님께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모두가 본받으라며
해당 학생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일도 있었다.
하기식 때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던
'국기에 대한 맹세'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KBS 최OO 아나운서였는데 비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심지어 이것(국기에 대한 맹세)은 전국 영화관에서까지
영화가 상영되기 전 의무적으로 삽입되어야 하는 절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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