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친구 본문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재수를 하던 다른 친구의 자취방에서였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중도에 전학을 왔던 나였기에 그와 개인적으로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
함께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재수를 한 그는 내가 다니던 대학교의 한 학년 후배가 되었고,
3학년을 마친 나는 그에 앞서 먼저 입대를 하게 되었다.
훈련소 입소 후 얼마쯤 지났을까.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친 어느 날 저녁, 밖에 누가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아니, 면회가 금지된 훈련소에서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고?
알고 보니 그였다.
내가 입대한 후 얼마 있지 않아 단기사병으로 입대하게 된 그는
공교롭게도 나와 같은 부대에서 훈련을 받게 된 것이다.
단기사병에 대한 현역병들의 구박이 만만치 않던 시기였고,
더욱이 다른 소속 훈련병의 신분으로 내가 있던 부대의 행정반까지 몰래 울타리를 넘어
어렵사리 수소문을 거듭했을 그의 마음과 정성이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
내무반 밖 저 멀리서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훈련병 친구를 기다리던 그의 모습을 지금도 나는 잊지 못한다.
졸업 후 들어간 두 사람의 직장 역시 같은 동네였고,
각자의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린 곳 또한 바로 인근이었다.
서로가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둘의 인연은 늘 그렇게 가까이서 이어졌다.
얼마 전 딸을 출가시킨 그에게서 저녁이나 먹자며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주저하며 그가 꺼낸 말.
'OO 엄마가 큰 수술을 받은 지 일 년이 되었노라' 고.
이전에도 종종 만났지만 그런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어
무탈하게 잘 지내는 줄만 알았던 나로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 사람아 ~ 그 얘길 왜 이제야 하는 거야?
나한테는 알렸어야지 ~ ?"
"OO 엄마가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터라 말을 할 수 없었지."
친구로서 핀잔을 주긴 했지만, 주변에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병은 알릴수록 좋다고들 하는데, 본인들의 심경은 또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사실 어떤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만약 당사자였다면 나는 과연 어땠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