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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막을 내리다

자유인。 2023. 1. 20. 23:01

 

한때 자동차가 성공과 부富의 상징물인 시절이 있었다. 선택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했다.

매주 발간되는 선데이서울이란 잡지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동차에 기대어

한껏 폼을 잡으며 뭇 세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마이카'란 코너까지 있을 정도였다.

시대는 바뀌어 자동차는 더 이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아무나' 몰고

다니는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한 집에 한 대면 충분하다고 여겼던 때를 지나, 한 집에

2~3대를 보유한 경우도 흔한 일이 되었다. 자동차를 갖고 목에 힘을 주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누구나 새 차를 사면 언제까지나 '반질반질한' 자태를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웬걸, 내 뜻과 상관없이 이리 받히고 저리 받히다 보면 이내 포기 상태에 이르고 만다.

올해로 운전을 한 지 32년째로 접어든다.

둘째가 태어난 후 병원 문을 나서던 날, '공주님 의전 차량 기사'로 데뷔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나름대로 방어운전을 열심히 잘한 덕분인지 단 한 번의 보험 사고도 없었다.

물론, 예외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몇 년 전 아들 녀석이 제 여자 친구와 데이트 한답시고 아빠 차를 빌려 나갔다가

30년 무사고 운전에 중대한 오점을 남기기는 했지만, 적어도 나로 인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로 세상에 영원한 건 없나 보다.

지난 12월 초순 어느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 외손주를 보러 딸네 집을 다녀오면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막 주차를 하려던 참이었다. 다음날 눈이 올 거란 예보 때문이었는지

그날따라 어느 한 곳 빈틈이 없었다. 돌아서 나오기 위해 후진을 하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내려서 보니 뒤에 주차되어 있던 다른 차의 앞 범퍼를 스치고 말았다.

다행히 가벼운 상처이긴 했지만, 그래도 멀쩡한 남의 차에 피해를 입힌 상황인지라

소유주에게 연락을 취해 사고 수습은 마쳐야 했다. 당연히 보험 회사에도 알려야 했고,

이로써 나의 오랜 무사고 운전에 대한 자부심은 그날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출중한 격투기 선수들이 더 이상 대적할 상대가 없어 천 년 만 년 타이틀을

유지할 것 같다가도, 어느 날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 한 번 무릎을 꿇고 나면

그때부터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다시는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내가 그와 같은 사례의 주인공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괜한 걱정을 하게 될까 봐 한동안 가족에게도 그 사실을 숨기고 있던 어느 날,

아내가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아빠가 이제 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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