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국립공원 등정 프로젝트 본문
한때는 건강을 다진다는 명분으로 전국의 산을 열심히 다녔다.
기동력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고, 혈기도 넘치던 때여서 행동에 망설임이 없었다.
2008년 여름이었다. 친구들과 설악산 대청봉을 올랐다.
당시만 해도 고산(高山)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때라 준비물에 대한 지식이 태부족했다.
배낭의 무게 때문이었는지 난생처음 종아리에 쥐까지 나는 바람에 적잖이 고생을 했다.
봉정암에서 하룻밤을 잔 뒤 다음날 대청봉에 올랐는데 여름인데도 날씨는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반바지에다 짧은 셔츠만 입고 갔으니 얼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때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덕분에 산행 시 준비물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그날 설악산을 다녀오면서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왕 다니는 산, 나름대로 목표를 한 번 세워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전국의 산을 다 다닐 수는 없을 테고, 그 중에서 주요 산만을 선별해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친 것이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을 다 올라보는 것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해상국립공원을 제외하고 모두 15개의 산이 있었다
(설악산, 속리산, 월악산, 내장산, 북한산, 오대산, 소백산, 월출산, 가야산, 덕유산,
지리산, 주왕산, 치악산, 계룡산, 한라산 - 이후 태백산, 무등산이 추가되어 현재는 17개)).
마음을 정한 후, 주말을 이용하여 하나씩 실천에 돌입했다.
그냥 발만 담그는 것이 아니라 정상을 일일이 다 밟아보는 것이었다.
일행이 있을 때는 함께, 마땅치 않을 때는 혼자서도 나섰다.
개인의 목표를 수행할 때, 다른 사람과의 동행에만 의존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다.
친구든, 가족이든 추구하는 바가 나와 늘 같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목표를 완성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넘어도 넘어도 끝이 없던 월악산 영봉,
비가 오는 가운데 습도까지 높아 엉금엉금 기다시피 올랐던 월출산 천황봉,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겨울산의 진수를 만끽했던 덕유산,
비에, 짙은 안개에 인적까지 드물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에 떨었던 북한산 백운대,
무거운 카메라를 손에 든 채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나를 보고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무겁지 않느냐'는 인사를 들으며 꾸역꾸역 올랐던 지리산 천왕봉,
입대를 앞둔 아들과의 '추억 만들기'의 일환으로, 3일에 걸쳐 제주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일주한 뒤,
마지막 날 부자가 함께 올랐던 한라산 정상에서의 감동적인 풍경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내일 당장 내 앞에 어떤 운명이 닥칠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데, 언제까지 남과 비교하고, 남의 이목만을 의식하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야 할까? 주어진 오늘 하루가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 여기며 나를 위해
하나라도 더 투자하고 즐길 수 있을 때 후회도 그만큼 덜할 수 있으리라.
3년 간에 걸친 국립공원 등정 프로젝트
- 마라톤에 이어 나의 자발적 의지에 따른 생애 두 번째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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